“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난 8일 발언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 보유세 강화’라는 민주당의 기존 정책 기조와 상반된 입장인 만큼 실제 당 차원의 정책으로 이어질지, 정치적 노림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박 원내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틀에서 부동산 세제를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했다”며 실거주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본지 5월 9일자 A1, 6면 참조
주택 보유세 강화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민주당이 일관되게 이어온 정책 기조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특별공제를 추진하자 “종부세 납세자는 전체 아파트 소유자의 3%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22대 국회 개원 20여 일을 앞두고 나온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단 다른 민주당 지도부는 “박 원내대표의 개인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서 그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인 검토는 없었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아직 원내대표단과 공유된 내용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재명 대표와 조율을 거쳐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박 원내대표가 ‘찐명’(진짜 친이재명)으로 불릴 만큼 이 대표와 가까운 데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이후 이 대표의 생각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20대 대선 공약으로 1주택자 보유세 완화를 내거는 등 부동산세 부담 완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는 당내 인사 중에서도 이념성이 옅고 유연한 편”이라며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하면서 당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2년 고지 기준 구별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마포구 2만6082명 △성동구 2만2942명 △용산구 2만6029명 △영등포구 2만4222명 △강동구 2만4329명 △양천구 3만1514명 등이다. 세 부담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서울의 고령화·보수화 흐름과 맞물려 다음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힘든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거운 부동산 세금 부담을 지우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하루빨리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경기 분당갑·을을 모두 여당에 내준 것도 보유세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등에서 이어온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당내 친문 세력과 지지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하는 상황이 오면 ‘비명횡사’ 공천과 함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경목/배성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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