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전 세계 엔터업계를 뒤흔든 무기는 BTS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적 팝스타인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2021년 1조원에 인수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회사를 매각한 프로듀서 출신의 스쿠터 브라운은 하이브 아티스트의 미국 진출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 뒤 이 회사는 하이브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캐시카우’ 저스틴 비버는 건강상 이유로 투어를 중단했고 아리아나 그란데 등 주요 아티스트는 경영진과의 불화로 이탈 조짐을 보였다. 미국 내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전권을 부여받은 브라운은 영업이익이 5억원에 불과한 ‘절친’의 힙합 레이블을 2669억원에 사들여 손실을 더 키웠다. 하이브와 분쟁 중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적자 나는 회사를 1조원이나 주고 사냐”며 경영진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인수 후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작년 흑자를 낸 회사는 넷마블의 소셜 카지노 기업 스핀엑스(1538억원)와 크래프톤의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181억원) 두 곳뿐이다. 이타카홀딩스는 인수된 해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가 곧바로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701억원, 2023년 142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CJ ENM이 2022년 인수한 피프스시즌도 작년 117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발표했다. 2021년 카카오가 인수할 당시 적자 폭이 200억원이던 타파스·래디시의 작년 손실은 4252억원에 달했다. 일부 영업권 상각 등 회계상 이유로 적자 폭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도 기대한 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한 곳이 대다수라는 평가다.
할리우드 3대 제작사 중 두 곳인 윕과 피프스시즌은 각각 2021년 SLL중앙, 2022년 CJ ENM에 매각됐다. ‘스카이캐슬’과 ‘기생충’ 등을 자체 제작한 역량에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제작사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수 도장을 찍자마자 미국의 배우·방송인 노동조합과 미국작가조합이 동시 파업에 나섰다. 고정비는 느는데 가동률은 나오지 않아 손실이 쌓였다. 본사에서 임원을 파견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현지 작가와 배우를 자극할까 봐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서지 못한 채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제조 분야 대표 기업들과 달리 콘텐츠 기업들은 제대로 된 해외 PMI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고 했다.
한 IB 임원은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과도하게 위축되지 말고 세계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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