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함께 나설 것입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EU대표부 대사는 지난 9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유럽의날(Europe day)’ 행사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럽의날은 유럽 대륙에서의 평화 정착과 통합 진전을 기념하는 행사다. 1965년 처음 시작됐고 1985년부터 5월 9일을 유럽의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국에선 EU대표부 주최로 매해 다른 장소에서 행사가 열린다. 2022년에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작년에는 삼청각에서 기념했다. 올해 행사에는 800여 명이 참석했다.
우아한 푸른색 한복을 차려입은 페르난데스 대사는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경제공동체”라며 “이런 모델을 평화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속(unity)과 연대(solidarity)는 EU의 최고 자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민주주의가 “지금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러시아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것을 우크라이나에 강요하고 있다”며 “한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도 “세계 평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EU가 보여준 연대·단결의 가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들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내달 15일부터 이틀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EU 간 경제 협력도 주요 이슈였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양 지역 간 거래 규모가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EU가 2022년 반도체 분야 등 디지털산업 공동 발전을 위해 ‘디지털 파트너십’을 맺었고, 지난해 5월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기후환경 분야 협력을 위한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도 언급했다. EU의 1000억유로(약 147조원) 규모 연구혁신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을 소개한 뒤 페르난데스 대사가 “앞으로도 EU와 한국의 우정, 기대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EU 각 회원국은 행사장 안팎에 부스를 꾸려 자국 특산품과 문화를 소개했다. 아일랜드 대사관은 자국 특산 기네스 맥주를 선보였고 독일 대사관은 전통 빵인 프레젤을 내세웠다. 오스트리아는 로제 와인을, 그리스는 화이트 와인을 “꼭 마셔보라”고 권했다. 딸기잼을 얹어 먹는 스웨덴식 미트볼(쇼트블레), 폴란드의 보드카, 이탈리아의 피자 등도 인기 품목이었다. 벨기에 대사관은 유명 만화 시리즈 ‘탱탱’ 캐릭터를 전시했고, 프랑스는 2024 파리올림픽의 마스코트 인형을 여럿 전시해 분위기를 돋웠다. 볼프강 앙거홀처 오스트리아 대사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멋진 행사”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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