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실적 눈물'에도…롯데정밀화학, 초코파이 원료 덕에 방긋

입력 2024-05-10 18:44   수정 2024-05-20 16:51


인도의 국민 간식으로 떠오른 초코파이엔 셀룰로스라는 나무의 섬유질이 들어간다. 인도에선 식물성 초코파이가 인기인 터라 롯데는 초코파이 속 마시멜로에 동물성 재료 대신 셀룰로스를 넣어 고유의 식감을 구현하고 있다. 이 셀룰로스를 공급하는 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은 올 1분기 매출 3394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달성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휘청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셀룰로스 등을 제조하는 그린 소재 부문의 영업이익은 올해도 매 분기 증가세를 달성할 전망이다. 2분기 210억원, 3분기 240억원, 4분기 260억원이 시장 예상치다. 올 1분기만 해도 롯데정밀화학은 케미칼 부문에서 9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지만, 그린 소재 부문에서 약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셀룰로스는 화학업계에서 이용하는 천연소재 중 하나다. 펄프 형태를 거쳐 종이의 원료로 쓰이지만, 가공하면 의약용 캡슐, 식품용 첨가제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비타민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과 캡슐, 알약 등의 첨가제로 인체 내에 약효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게 셀룰로스다. 다른 석유화학 분야와 달리 음식, 약 등에 쓰이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해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아직 중국이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식음료 업체, 제약 업체 등 수요처에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하는 등 저품종 다량 생산 위주여서 중국의 물량 공세도 통하지 않는다. 현재 셀룰로스를 가공해 공급하는 셀룰로스 유도체(에테르) 시장만 1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의 IFF·애쉬랜드, 일본 신에츠와 같은 글로벌 석유화학 공룡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인도에 수출되는 초코파이, 일본의 종합 비타민제 등에 쓰이는 셀룰로스를 공급하고 있다. 매출은 연간 5000억원으로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매출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0년 전 전체 매출에서 그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 기준 30%에 달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2030년까지 그린 소재 부문 매출을 3조원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셀룰로스 유도체 시장은 2030년 2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3년간 설비투자에만 2550억을 투입했다.

시트러스, 콩류, 해조류 등 다른 천연소재 부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선두 업체들과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그린 소재 부문은 다른 석유화학 분야와 달리 중저가 경쟁 대신 기술·네트워크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라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충분히 점유율을 확보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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