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빅데이터 찾아쓴다...LGU+ "솔루션 6월 출시"

입력 2024-05-10 19:12   수정 2024-05-10 19:13


유의미한 마케팅과 사업을 펼치기 위해선 시의적절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통신 소비 습관, 인터넷(IP)TV 사용 정보 등 소비자 반응을 민감하게 포착해야 하는 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홍보나 기획 부서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 받는 데는 5~7일이 걸리기 일쑤다. 데이터 엔지니어에게 자료를 문의하거나 법무 검토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서다.

LG유플러스가 코딩을 돌려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비개발직 직원들도 20초면 얻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내놨다. 오는 6월 ‘아쿠아’란 이름으로 사내 출시가 목표다. 복잡한 데이터도 수분이면 나온다. 이 서비스 개발을 주도한 정소이 LG유플러스 AI·데이터엔지니어링 담당(상무)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3개 부서에서 시험 적용을 마쳤다”며 “요금제 설계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게 한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사내 직원 프롬프트 엔지니어로 키운다”
아쿠아는 데이터 검색에 쓰이는 ‘SQL 코드’를 자연어로 짤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이렇게 짠 코드를 직접 실행해 자연어 형태로 답변도 내놓는다.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여서 코드 조작에 서툰 비전공자도 코드의 논리 구조를 파악하기에 좋다. 엔지니어의 영역이였던 빅데이터를 헤쳐볼 수 있는 무기가 통신사 직원들에게 생긴 셈이다. 정 담당은 “자연어로 SQL 코드를 짜고 실행하는 솔루션으로 성과를 내는 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아쿠아 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해다. 2022년 11월 나왔던 오픈AI의 ‘챗GPT’가 통신업계 화두로 뜨거웠던 시점이다. 이 통신사는 아쿠아 개발 이전에도 직원들의 데이터 활용 장벽을 낮추고자 데이터 풀을 시각화한 솔루션을 내놨다. 정 담당은 “코드를 다룰 때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아졌지만 2~3년을 교육해도 사내 직원들이 이 솔루션을 체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챗GPT가 나오면서 챗봇 형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겠다는 구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 통신사는 아쿠아에 오픈AI의 ‘GPT-4 터보’를 탑재시켰다.

아쿠아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는 상품 기획이다. 예컨대 IPTV에서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과 시청자층 정보를 확보하고 싶은 경우 아쿠아를 사용해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수십초면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니 상품 기획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수월해질 것이란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정 담당은 “사내 각 조직에 아쿠아 교육을 진행해 데이터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AI 데이터 솔루션으로 B2B 공략”
눈여겨볼 부분은 음성 데이터 활용이다. LG유플러스는 아쿠아로 음성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에서도 원하는 자료를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이 전화 상담을 통해 밝힌 불만 상황들을 빠르게 수집해 통신 상품을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단 얘기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도 신경을 썼다. 정 담당은 “데이터는 암호화 처리가 돼 있고 개인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고객 상담에서 드러나는 개인정보도 숨김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LG AI 연구원이 내놓을 자체 AI 모델인 ‘엑사원’의 도입도 추진한다. 이 통신사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통신산업에 최적화한 소형 거대언어모델(sLLM)인 ‘익시젠’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엑사원을 아쿠아에 적용한 뒤 성능 개선과 비용 효율화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쿠아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진출을 노린다. 정 담당은 “올해는 내부에서 아쿠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B2B로 나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LG유플러스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조를 고객사에 맞게 조정해 이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쿠아 확보로 LG유플러스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사업의 파이프라인을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솔루션 사업은 이 통신사가 같은 기업인프라 부문에 속하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사업과 함께 새 먹거리로 밀고 있는 분야다. 지난달 선보인 소규모 자영업(SOHO) 대상 AX 솔루션 ‘우리가게 패키지’, 자체 AI 기술 ‘익시’를 도입한 AI 컨택트센터(AICC) 등이 이 사업에 속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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