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위반한 노조 간부들에 대해 감사를 벌여온 청렴감찰처장과 간부를 동시에 업무에서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무 태만으로 해임됐다가 복직한 노조원들에 대한 재심사를 앞두고 감찰처의 감사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자로 민 모 청렴감찰처장(2급)의 직위를 해제했으며, 청렴감찰처에서 근무하던 오 모 부장(3급)도 이달 13일 자로 역장으로 전보 조처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해 온 타임오프 감사의 실무자들이다.
공사는 지난해 6월 서울시 감사위원회 요구에 따라 타임오프 위반자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올해 3월 복무 태만이 드러난 직원 20명을 파면하고 14명을 해임했다. 다만 공사 통합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핵심 간부 7명의 징계 수위가 완화되면서 복직이 결정됐으며,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최근 이들에 대한 재심사를 지시했다.
이번 직무 배제는 지난달 말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김종길 국민의힘 시의원이 공사 감사실에 공개를 요구한 타임오프 위반자들의 징계 자료가 공유된 것에서 비롯됐다. 민 처장과 오 부장이 작성한 이 자료에는 타임오프 위반자들의 직급과 징계 결과가 명시됐다. 공사 통합노조와 교통노조는 민 처장 등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자료를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확한 유출 경로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유출자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감찰처 간부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 부장의 경우 대외 소통과는 무관하게 단순 자료 작성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공사 내부 관계자는 "의회에 자료를 제출한 것만으로 징계를 적용할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사를 해도 경고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자료를 유포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감찰처 손발을 묶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백 사장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노조 핵심 간부들의 복직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커지자, 오 시장 측이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수년 동안 노조 간부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바로잡았더니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경질시켰다"며 "노조 간부와 결탁한 부패한 사측 경영진이 불법을 저지른 노조 간부들의 징계 기록을 은폐·조작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