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당일·일요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상품 거래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쇼핑 서비스 입점업체들은 이에 맞춰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하지 않는 혜택을 내세워 고객 선점에 나섰다. 쿠팡과는 다른 '유통 구조'가 판매 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10일 네이버에 따르면 자사 쇼핑 서비스 사용자에게 약속한 날짜에 상품을 배송하는 '네이버도착보장' 거래액이 최근 증가했다. 실제로 당일배송 주문시간대인 오전 11시까지의 도착보장 상품 거래액이 당일배송 도입 전보다 평균 10% 이상 늘었다. 키즈·푸드·뷰티 등 빠른 배송 수요가 높은 상품군에서 거래액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이에 맞춰 당일배송 가능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도착보장 전체 상품 중 당일배송이 가능한 제품은 약 50%에 이른다.
도착보장 입점업체들은 다른 유통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상품 구성과 혜택을 앞세워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뷰티 브랜드는 네이버를 통해 단독 판매되는 도착보장 전용 헤어·바디 상품을 선보이고 식품 회사는 키링·가방·드라이버커더 등의 굿즈를 도착보장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식이다.
한 제약사는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판매하는 별도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매일 오전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오픈런' 행사까지 열어 거래액을 40% 가까이 늘렸다. 동일 상품을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구입할 경우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은품을 얹어주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업체들이 이처럼 네이버 도착보장에서만 단독 혜택을 제공하거나 상품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는 것은 판매 구조 차이 때문이다.
네이버는 쿠팡처럼 플랫폼이 상품을 직매입한 뒤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다. 도착보장은 네이버 물류센터에 상품을 잠시 보관하고 판매가 이뤄지면 약속된 예정일에 배송한다. 판매 자체는 입점업체가 직접 하므로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거나 별도 상품 패키지를 선보이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국구 단위로 물류 시스템을 갖춘 쿠팡에 비교하면 도착보장은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제조사가 물류 과정 전반에서 주도권을 갖고 직접 D2C(판매자·소비자 직접 판매) 테스트를 해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고정 고객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료 구독 회원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에게 3개월간 도착보장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올 1분기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만 매출 70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직전 분기보다 6.5%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배송·가격·판매 경쟁력을 높이면서 네이버에서는 D2C 실험, 알리익스프레스에선 특가 실험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플랫폼이 다양할수록 제조사들의 자유도가 높아져 소비자 혜택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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