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차량 배터리 폭발 사고로 20살 병사가 각막을 다치고 입술과 뺨 등이 찢어지는 등 상해를 입었으나 군 당국과 배터리 제조사가 모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사이 피해자가 일단 자비를 들여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육군과 배터리 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육군 모 부대 내에서 군용차 배터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파편이 튀면서 당시 일병이었던 A 상병(20)이 각막·입술·뺨 등 얼굴 여러 부위를 다쳤다. 자대 전입 2개월 차 시점이었다.
A 상병은 2.5톤(t) 군용차의 폐배터리를 창고로 옮겨 내려놓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A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각막에 들어간 이물질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입술과 뺨 등이 찢어져 봉합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여전히 흉터가 남아 추가로 원상 복구를 위한 성형외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배터리를 수거해 자체 조사한 제조사는 배터리 자체 하자가 확인되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조사 측은 "정전기가 쉽게 일어나고 환기가 잘 안되는 철제 컨테이너가 폐배터리 보관 창고였다"며 "이동 과정에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정전기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군의 안전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미다. 군은 A 상병이나 부대 차원의 잘못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사 측 분석과 달리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는 셈이다. 육군본부는 지난달 전공상심사위원회를 열어 A 상병이 '공상'(군 복무 중 다침)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사고 초기 발생한 치료비도 지원했다. 그러나 부상 치료를 넘어서는 흉터 제거 진료 등에 대해서는 비급여 항목으로 판정될 경우 규정상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는 사이 A 상병은 사비로 흉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복무하면서 이따금 외출해 치료받고 있는데 이미 치료비로 사비 100만원을 썼고, 향후 700만원 이상 비용이 예상된다고 한다. A 상병은 추후 군에 치료비를 청구해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길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무 복무 중 지시에 따라 수행한 작업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다쳤는데 군이 먼저 책임지고 처리해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상병 측은 얼굴에 평생 흉터가 남을 수 있는데도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상병 부친은 “앞으로도 사비를 들여야 하는 데다가 흉터가 완전히 제거될지도 미지수”라며 "군부대가 안전 장비도 없이 위험한 일을 시켜 놓고 모른 척하는 게 원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A 상병은 사고 당시 보안경 등 보호장구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상병 측은 엄연히 군 복무 중 당한 사고인데도 직접 민간 배터리 제조사를 상대하며 치료 비용 지원 등을 따져 묻고 있다고 한다. 육군은 “향후 A 상병이 진료비를 청구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지원할 것”이라며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폐배터리의 안전한 취급 및 보관 지침을 하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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