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버거코인'으로 소개되면서 논란이 된 수이(Sui, SUI) 프로젝트가 또 물의를 빚은 가운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적 허점을 노린 사례라며 일침을 가했다.
민 의원은 11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이는 유통량 논란이 대표적인 해외 프로젝트이며, 한국시장에서 김치코인(국내코인)이 사라진 자리에 버거코인(해외코인)이 들어와 부당한 행위를 하면서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본인이 국감을 통해 지적한 수이의 유통량 문제가 최근 재점화된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이는 메타(옛 페이스북) 디엠(Diem) 사업부 출신들로 이뤄진 미스틴 랩스(Mysten Labs) 팀이 출시한 레이어1 프로젝트로, 작년부터 유통량 이슈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31일 10억 달러 규모의 SUI 토큰 언락(Unlocks·물량해제, 시장에 물량이 풀리는 것) 일정을 앞두고 또 토크노믹스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저스틴 본스(Justin Bons) 사이버캐피털 창업자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수이의 토크노믹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본스는 지난 10여년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서 프로젝트의 결점을 찾아내는 비평가로 유명하다.
그는 "(수이의 토크노믹스에 따르면) 수이의 최대 공급량은 100억 개이며 그 중 52%는 2030년까지 할당되지 않아야 하지만, 현재 80억 개가 넘는 미할당된 수이가 스테이킹되고 있다"라며 "수이의 토큰 약탈에 대한 탐욕은 놀라울 정도이며, 미할당 공급량에 대한 완전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토크노믹스에 존재하지 않는 유통량이 토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테이킹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
이와 관련 민 의원은 "수이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애매한 해명을 내놓고 있으며 여전히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특히 유통량에 대한 투명성은 심각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수이 코인은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민 의원은 "코인의 유통량은 시장 가격과 직결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라며 "수이의 유통량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심각한 수준으로, 국내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본스 역시 "수이는 스테이킹된 물량의 84%를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등 매우 중앙집중화되어 있다"라며 "그들이 토큰을 매도하기로 결정하면 하루만에 폭락을 일으킬 수 있고,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토큰을 점진적으로 팔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를 서서히 말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 의원은 수이와 같은 이슈가 발생한 코인에 대해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DAXA)가 공통 가이드라인을 통해 거래소들의 자율 규제에 나서고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가 닥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유의종목을 제멋대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하고, 이를 다시 상장시키는 등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가상자산 2단계법(업권법)을 통해 버거코인 등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국내 투자자를 기만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들의 구제 방법까지 입법안에 함께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1단계법(이용자보호법)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민 의원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시세조작과 같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에 대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라며 "특히 거래소가 약속한 자율규제 개선과 상장 코인에 대한 규제 이행이 엄격해질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자산은 첨단기술을 결합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금융자산으로, 신흥시장으로의 진입이 늦어지면 주도권 상실 및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대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산업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 2단계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이 논란 사태와 관련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문제를 들여다보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가상자산조사국 관계자는 11일 블루밍비트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해당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에서 개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법 시행 이후부터는 코인 재단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으면 당국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후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재단이 고의적으로 이용자들에게 토큰 유통량 관련 내용을 숨기면서 이를 시장에 매도했다면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금감원은 남부지검 가상자산합수단과도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가상자산감독국 관계자는 이날 "가상자산 1단계 법을 통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 조종 등 사례는 불공정거래로 규정되며, 발행 재단이나 관련 거래소 관계자들은 과징금 부과 및 형사 처벌에 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어떠한 범죄행위를 통해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수이 재단 측은 이날 블루밍비트에 "토큰 할당 및 유통 일정에 관한 정보는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100억개 수이 토큰 공급량은 변경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수이 측은 미할당 공급량 의혹에 대해 "보호예수 대상 토큰은 적격한 제3자 수탁기관에 예치돼 있으며 이 중 할당되지 않은 토큰은 없다"라며 "모든 토큰은 커뮤니티 보조금, 투자자, 초기 기여자, 스테이킹 보조금 등으로 할당돼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수이 개발사인 미스틴랩스의 창업자들은 수이 재단의 자금, 커뮤니티, 보조금, 투자자에게 할당된 토큰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다"라며 "수이 재단이 받는 스테이킹 보상은 100% 커뮤니티에 돌아가고, 공개된 유통 일정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엿다.
이에 대해 본스는 "커스터디 업체는 기본적으로 락업(잠금) 기능을 제공하지 않으므로 토큰이 남용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라며 "할당되지 않은 토큰이 실제로 모두 할당됐다는 주장 역시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재반박했다. 실제 수이의 공식 토크노믹스 자료는 2030년까지 50억개에 달하는 수이의 유통량에 대해서만 밝히고 있다.
특히 수이가 토크노믹스 자료에서 '면책 조항'을 포함한 것을 두고 본스는 "수이는 언제든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토크노믹스 내용을 조작하려고 한다"라며 "그들의 의사소통은 기만적이며 불투명, 탐욕, 거짓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이는 토크노믹스 자료 속에 "본 문서는 예상 수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명시된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며, 수이 재단은 이러한 변경 사항을 수정, 조정 또는 공지할 의무가 없다"라는 면책 조항을 삽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수이 측은 "면책조항은 지난해 8월 삭제했다"라고 해명했으나 실제 이날 현재까지도 수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자료 일부에서 면책조항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수이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수이의 토크노믹스, 기술,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환영한다"라며 "수이 커뮤니티에 새롭게 참여한 이들이 개발자 경험, 애플리케이션, 수이 토큰의 유용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답했다.
손민 블루밍비트 기자 son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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