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이 이른바 '기러기 아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악성 댓글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해명글을 올렸다. 기러기 아빠란, 자녀 교육을 위해 배우자와 자녀를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국내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6일 정형돈의 아내 한유라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아빠 없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브이로그'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 정형돈의 쌍둥이 딸 정유하양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엑스'(X)자로 교차해 보이면서 "악플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유하양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한유라씨가 "유하가 본 것 중 제일 마음 아팠던 게 있냐"고 물었고 정유하양은 "이혼하라고…(엄마가) 악녀래"라고 말했다. 정유하양은 "좋은 말 많이 써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 말에 한유라씨는 "그런 말 신경 안 써도 돼"라면서 딸을 달랬다. 한유라씨는 그러면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평소 남편과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자막을 통해 전했다.
그동안 정형돈과 한유라씨의 생활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에서 가족 뒷바라지하는 정형돈만 불쌍하다", "한국에 사는 남편 덕에 남은 가족들은 호화생활하는 것이 정상적인 가족형태인가" 등 의견을 남기는 등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 영상이 올라온 지 나흘 만인 지난 11일 정형돈은 댓글을 통해 긴 글을 남겼다. 일각에서의 부정적 여론에 대한 해명글이다.
그는 "개그맨이자 사랑하는 우리 유삼스(유라·유주·유하)의 남편이자 아빠 정형돈이다. 데뷔 23년 만에 댓글 남겨보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며 "먼저 저희 가정에 많은 관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일일이 해명해야 할 일도 아닌 것 같아서 살짝 글 남기고 간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내가 잘 때 몰래 글 남기는 거여서 괜히 왜 일 키우냐고 혼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먼저 저 불쌍하게 살고 있지 않다"며 "왜 저를 불쌍하게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댓글 쓰신 분들 보니까 '제 몸과 마음이 안 좋다'는 등 의견이 많던데 저 오늘 내일하는 사람 아니고, 나름 몸도 마음도 여느 40대 중반답다"고 적었다.
정형돈은 "저희 잘 살고 있다. 보통의 다른 가정처럼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세상사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된다. 자식이 없을 땐 몰랐는데 애들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아빠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아빠가 뭐 하는지도 좀 찾아보고 하다보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게도 되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글도 보게 되면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의 마음에 흉도 좀 지고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누구보다도 저희 가족의 중심이고 든든한 저의 지원군이다. 이와 관련돼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며 "누군가와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는 있으나 그게 곧 틀림을 의미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도 열심히 잘 살겠다. 응원과 관심 주는 분들 모두 감사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유라씨도 댓글을 달아 의견을 보탰다. 그는 "자고 일어나니 남편의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든다. 남편과 살지 않는 이유는 100% 남편의 결정이었다"며 "남편이 한창 힘들었을 시절 남편은 늘 유학을 떠나고 싶어 했고 저는 그 때부터 매번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았다"고 했다.
이어서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럽게 아이들의 유학을 제안했다. 그 때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남편이 함께가 아닌 우리 셋만 가는 게 어떻냐는 제안에 당황했다"며 "모두가 떠나는 유학은 현실상 힘들지만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릴 때, 아빠가 능력이 조금이라도 될 때 자신이 느끼고 싶었던 경험들을 아이들에게 시켜주고 싶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때 남편의 정신적 건강이 많이 좋아진 시점이었고 우리 부부의 관계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저도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댓글 중에 유튜브도 마음대로 개설했으니 악플다는 것도 당연히 감당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더라, 맞는 말이라고 본다"면서도 "아이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댓글들은 삭제하고 싶었지만 악플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그대로 두려고 한다. 그 분들이 자신의 댓글을 나중에라도 다시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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