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2일 14: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도이치뱅크 한국사무소에서 인수·합병(M&A) 부문을 총괄해온 조만철 투자·은행부문(IBD) 대표가 최근 퇴사했다. 올해 2월 안성은 전 도이치뱅크 한국사무소 대표가 글로벌 대체투자운용사인 스톤피크 한국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중량급 인사가 잇따라 짐을 싸면서 내홍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만철 도이치뱅크 IBD 대표는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히고 최근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표는 주변 지인들에게 당분간 금융계 이직을 알아보기보단 휴식기를 가질 것이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는 도이치뱅크에서 IB부문 대표이자 'IB업계의 꽃'으로 불리는 매니징디렉터(MD)를 지낸 핵심 인사다. 그는 1998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 등을 거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M&A 자문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07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로 옮겼다. 2013년 메릴린치에서 안성은 대표, 이동환 부대표 등과 함께 도이치뱅크로 옮겨와 근무했다.
그는 도이치뱅크에서 MBK파트너스를 도와 7조68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인수 거래를 자문했다. 이밖에 AB인베브의 오비맥주 인수(6조 1710억원),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2조 650억원), 하나금융투자PE의 SK E&S 발전사 패키지 인수(1조 1860억원),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1조 110억원) 등 굵직한 조단위 거래에 대거 참여했다. SK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월 안성은 전 도이치뱅크 한국 대표가 글로벌 인프라 운용사인 스톤피크의 한국 회장으로 이직한 데 이어 조 대표까지 도이치뱅크 내 고위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IB업계에선 위기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도이치뱅크가 모건스탠리 홍콩에서 근무하던 김상범(사무엘김·사진) 신임 대표를 아시아태평양 M&A 대표로 영입하면서 한국 인사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전평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안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직후 도이치뱅크의 신임 한국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이치뱅크가 채권발행시장(DCM) 업무 강화를 위해 지난해 UBS(옛 CS)에서 영입한 오신나 본부장도 합류한 지 불과 수개월만에 이천기 전 CS 부회장이 한국대표를 맡은 제프리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도이치뱅크는 올 초부터 주니어 인력 등을 대거 보강해 인력 수를 늘렸지만 중량급 인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며 업무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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