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파괴적인 내용을 담은 신형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애플은 유압 프레스가 조각상, 피아노, 필름 카메라, 게임기 등 인간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부수고 그 자리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놓여있는 광고를 게재해 "오만하다", "다른 제품을 무시한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12일 애플에 따르면 토르 마이런 애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 광고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마이런 부사장은 "애플의 목표는 제품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들을 표현하고 그들의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이번 영상은 과녁을 빗나갔고 (이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TV엔 이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공식 사과'는 지난 7일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고 유튜브 등에 광고를 게재한 지 이틀 만이다. 1분짜리 이 광고는 유압 프레스가 피아노, 메트로놈, LP 플레이어, 필름 카메라, 이모티콘 인형 등 인간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짓눌러 파괴하고 그 자리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놓여있는 영상을 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출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광고 영상을 게시하며 "아이패드를 활용해 만들어질 모든 것을 상상해보라"고 홍보했고, 애플은 유튜브에 이 광고를 올렸다. 업계에선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이런 창의적 도구들이 모두 담겨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애플의 전략은 빗나갔다. SNS엔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팀 쿡의 X계정엔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이 당신이 추구한 것인가"라는 글이 게시됐다. "창의적인 도구에 대한 존중이 없고 창작자를 조롱한다", "광고를 보는 게 고통스럽다"는 글도 올라왔다.
인플루언서나 기업인들도 애플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애플 전문 블로거인 존 그루버는 "애플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닌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광고 대행사 오길비그룹의 부회장인 로리 서덜랜드는 "애플은 이번 광고로 스스로 빅브라더가 됐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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