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에 예치된 달러예금이 꾸준히 줄어든 것은 달러 가치가 짧은 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달러 투자 수요가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환테크족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달러를 매도해 환차익을 일부 실현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이를 정도로 높아진 가운데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더 오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가 줄었다”며 “기업들이 지난달 배당금을 지급한 것도 외화예금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만 해도 1288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올해 첫 외환시장 개장일인 1월 2일엔 1300원40전으로 단숨에 12원 넘게 올랐다.
이후 상승세를 지속한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더니 4월 16일엔 1394원50전에 마감했고, 장중엔 최고 1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의 장중 최고점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2022년 11월 7일(1413원50전) 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선 1360~1380원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Fed가 올 연말께 최소 1회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를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1200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도 “시장에서 미국이 올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 경제도 최근 들어 회복세를 띠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 연말께엔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수준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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