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은 국내 최초 라면 회사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1989년 발생한 ‘공업용 우지 사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5년8개월간 법정 싸움 끝에 1995년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10%대까지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2010년대 들어 회생 기회를 잡았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4~2015년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의도치 않게 홍보대사가 됐고, 외국인들이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렸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1929억원으로 7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올해도 삼양식품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양식품은 최대 수출처인 중국과 미국 외에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국을 넓히고 있다. 작년 5월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연간 라면 소비량이 약 143억 개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라면 시장이다. 삼양식품은 중국에서 마라를 활용한 ‘마라 불닭볶음면’을, 북미에선 히스패닉계를 주 타깃으로 한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을 잇달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 사업 성장 여부가 식품주 투자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삼양식품과 경쟁사 오뚜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 머물러 있는 식품업체들은 소비 침체에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압박까지 더해져 수익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