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OPEC에 등돌리고 중국에 석유 몰아준다 [원자재 이슈탐구]

입력 2024-05-13 03:58   수정 2024-05-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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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추가 감산에 동참 않겠다는 이라크
중국에 석유·가스 개발권 몰아줘
국토 재건 위해 증산 나설 채비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 OPEC+의 다음 달 회의에서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중국 석유 기업들이 이틀에 걸쳐 이라크에서 열 곳 이상의 석유·가스 탐사권을 낙찰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라크는 미국과의 전쟁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내전 등으로 파괴된 석유 인프라 재건을 위해 중국 자본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라크는 지난달 평균 일일 42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일일 902만배럴)에 이어 OPEC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라크가 수출하는 석유의 약 30%를 구매하는 큰 손이다. 이라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도 적극 참여해왔고, 지난해엔 위안화 석유 거래도 허용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외신에 따르면 하얀 압둘 가니 이라크 석유장관은 지난 11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석유 라이선스 라운드 첫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는 생산량을 충분히 줄였으며 새로운 감산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기존)자발적 감산이 연장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발언인지, 아니면 단순히 추가 감산에 반대한다는 뜻인지는 일단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음날 그는 국영 통신사를 통해 "OPEC이 합의한 자발적인 석유 생산량 감축에 동참하고 있으며, 세계 석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다음 달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회의에서 감산 방침에 직접적인 반기를 들지는 않겠지만, 고분고분하게 추가 감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라크도 '제 코가 석 자'라서다. 이라크는 오랜 전쟁의 여파로 산유국임에도 석유화학 제품과 정유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가스 역시 이란에서 수입하는 신세다. 전기도 부족해 이란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라크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OPEC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지난 1월 앙골라가 감산에 불만을 품고 OPEC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2022년부터 이어진 OPEC+의 감산을 주도하며 자신의 최대 생산능력 대비 약 300만배럴을 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러시아와 전후 국토를 재건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이라크 등은 암암리에 담합 약속을 어겨왔다. OPEC+는 이라크가 1분기에 총 60만2000배럴 정도를 약속보다 많이 생산했다고 지적했다.

치열해지는 자원 전쟁, 이라크 장악한 중국
이라크가 석유 증산을 위해 선택한 파트너는 중국이다. 주말 동안 중국 기업들에게 무더기 석유 개발권을 내줬다. 신규 유전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일일 60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스전 개발을 통해 천연가스를 자급자족하는 것도 목표다. 사라 하가스 S&P 연구원은 "이라크가 지질학적으로는 석유 생산을 늘리는 것은 실현 가능하다"면서도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정부는 중국 국영 석유기업 중국해양석유(CNOOC)에 이라크의 중남부 디와니야, 바빌, 나자프, 와싯, 무탄나 지역에 걸쳐 있는 석유 탐사 블록 7의 권리를 내줬다. 중국 젠화오일이 무타나의 아부 카이마 유전과 쿠르나인 유전 탐사·개발권을 낙찰받았다. 안톤오일필드서비스(安?石油·안동석유)는 와싯의 두프리야 유전을 차지했다. 중국 국영 시노펙(중국석유화공) 역시 무타나의 수메르 유전 탐사·개발권을 획득했다. 중국 지오제이드(洲?油?)는 이라크 바스라주 자발 사남 유전과 와싯의 주르바티야 유전을 얻었다. 이 밖에 중만석유천연가스(ZPEC)는 유프라테스 중부 유전을, 중국 유나이티드에너지(?合能源)도 바스라 남부의 알 포 유전 개발권을 획득하는 등 중국 기업들은 이틀에 걸쳐 10여곳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권을 대거 획득했다.

이라크 석유 산업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상태다. 셸은 2018년 마눈 유전에서 철수했고, 엑슨모빌도 2021년부터 웨스트 쿠르나 유전 지분 매각을 시작해, 최근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웨스트 쿠르나 유전은 일일 생산량 55만배럴 규모의 초대형 유전이다. 중국은 반면 꾸준히 이라크 유전에 투자를 늘려왔다. 엑슨모빌의 웨스크 쿠르나의 마지막 매각 지분 역시 중국 국영 페트로차이나가 차지했다. S&P글로벌 원자재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 매장량의 약 34%, 현재 원유 생산량의 3분의 2 가량(일일 약 300만배럴)을 중국 석유 기업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라크는 한편 러시아와의 협력도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로즈네프트 역시 이라크 원유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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