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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집세가 계속 올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완고하게 높은 임대료 때문에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지 못한다"(Stubbornly High Rents Prevent Fed From Finishing Inflation Fight)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Fed는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 신규 임대료 상황이 시차를 두고 정부의 물가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물가 지표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이 집계한 미국 단독주택 임차료 상승률은 2022년 14%에 달했으나, 올해 2월엔 3.4%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가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기존에 체결된 임차 계약을 주거비 지수에 반영하기 때문에 신규 임대료 변화를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난 3월 기준 주거비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6%로, 1년 전 8.2%보다는 크게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신규 임대료 상승률과 비교해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거비는 절대적 금액이 크고 몇 년 사이 상승 폭도 가파른 탓에 CPI상승에 3분의 1, 상무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분의 약 6분의 1을 차지했다. 팬데믹 이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에 조금 못 미쳤는데, 당시엔 주거비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3.5%를 나타냈다.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집계되는 신규 주택 임대료 상승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규 계약 집세 오름폭 둔화가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신규 계약 건수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 체결된 임대계약의 임대료가 물가지수에 많이 반영될수록 주거비 지수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는데, 기존 주택 임차인들이 이탈하지 않다 보니 반영 시차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윌콕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계산서가 발송되긴 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도착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라고 비유해 말했다.
일각에선 이민자 증가 등으로 인해 신규 임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 Fed의 기대와 달리 주택 월세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임대료 상승세 둔화는 신규 공동주택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이 같은 신규 공급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급증과 견조한 고용시장 및 임금 상승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텍사스의 주택개발·임대기업 마데라 레지덴셜의 제이 파슨스 주거전략책임자 "지난 6개월간 발생한 가장 놀라운 일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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