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으니 10㎏ 쪘어요"…이유 있었다 [1분뉴스]

입력 2024-05-13 08:34   수정 2024-05-13 18:49




"담배를 끊으니까 없던 입맛이 돌더니 반년 만에 10㎏가 쪘어요."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어렵게 끊은 직장인 박모(35)씨는 마침내 금연에 성공한 스스로가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불어나는 몸무게가 걱정이다. 담배를 끊으니 음식이 전보다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씨는 "'금연에 성공했으니 괜찮다'고 위안을 얻곤 했지만,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박씨처럼 '담배를 끊으니 살이 쪘다'고 말하거나, 반대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선 유독 마른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처럼 흡연자가 살이 덜 찌거나 금연할 때 체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실제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식사량과 식습관의 차이 때문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모인다.

영국 러프버러대, 레스터대 연구팀은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럽비만연구협회(EASO) 학회(ECO)에서 영국 성인 8만여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섭식 행동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식사량이 적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영국 의료 자선단체 너필드헬스(Nuffield Heath)가 2004~2022년 건강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18세 이상 8만3781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흡연과 식습관 및 식이 행동의 연관성을 들여다봤다. 흡연자는 6454명, 비흡연자는 7만7732명이었다. 참가자들은 나이, 성별, 평소 식습관, 사회경제적 지위, 체질량지수 등을 제공했다.

분석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식사를 거를 가능성이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등 요소를 배제해도 2.16배나 높았다. 3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 행동의 비율도 비흡연자보다 5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사 사이 간식을 먹는 확률도 35% 낮았고, 기분전환으로 음식을 먹는 확률 19%, 지루함을 달래려 음식을 먹는 확률은 14% 낮았다.

그러나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비교적 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튀긴 음식을 먹을 확률은 8% 더 높았고, 음식에 소금과 설탕을 넣어 먹을 확률은 각각 70%, 36%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음식에 소금과 설탕을 첨가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았다며 이는 남성 흡연자가 여성 흡연자보다 덜 건강한 식습관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보통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체중과 체질량지수(BMI)가 낮고 금연은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식욕과 체중 조절을 위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팀은 니코틴이 식욕을 억제하고 섭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흡연과 섭식 행동 간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러프버러대 스콧 윌리스 박사는 "흡연이 섭취량 감소와 튀긴 음식 섭취, 소금·설탕 첨가 등 식단의 질 저하 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며 "금연 때 흡연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체중 증가의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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