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눌려있어서 이 가격"…'압구정 현대' 43억 뚫었다

입력 2024-05-13 15:46   수정 2024-05-13 17:34


“지금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그나마 아파트값이 눌려있는 겁니다. 정부가 ‘알짜 재건축’이라고 지정해준 것과 마찬가지인데 당연히 수요가 몰리죠.”(양천구 목동 A공인 관계자)
서울 여의도와 목동, 압구정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로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사업성이 뛰어난 ‘알짜 재건축’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 변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은 물론 재건축 단지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할지 관심을 끈다.
‘압·여·목·성’ 곳곳에서 신고가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 아파트 전용면적 133㎡는 지난 7일 25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가(25억원)와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동 ‘삼부’ 아파트 전용 135㎡와 ‘공작’ 아파트 전용 125㎡도 지난달 각각 29억원과 2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모두 같은 면적 최고가 기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서도 신고가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전용 74㎡는 지난달 20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압구정동 ‘현대 13차’는 지난달 전용 108㎡와 전용 105㎡가 각각 41억5000만원, 43억4000만원에 나란히 거래돼 모든 타입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지역을 뜻한다. 허가 없이 거래를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의 벌금에 처하는 강력한 규제다. 서울시는 지난달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으로 불리는 총 4.57㎢ 구역에 대해 1년 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사업성 좋은 단지로 수요 쏠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최소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만큼 실수요자만 매수에 나설 수 있다. 투자 수요(갭투자)가 원천 차단되는 데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건 그만큼 재건축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은 상징성이 크고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이뤄졌다”며 “이런 단지는 가격이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는 하락하는 등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반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재건축 후 확실한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단지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인해 새 아파트 공급난이 심화할수록 ‘알짜 재건축’의 가치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내 단지도 적지 않아서다.

올해 들어 서울의 준공 5년이내 아파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거나 신규 청약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청약에 나선 서울 단지 6곳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9 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5.6 대 1) 평균 청약경쟁률의 2.7배에 달했다. 올해 대전과 부산 등 지방 단지에서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가 잇따르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준공 30년 이상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 3월 첫 주 이후 10주 만이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값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공사비 등 비용적 문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재건축 단지 상승세가 서울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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