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자영업자에 출산휴가비 1200만원"

입력 2024-05-13 17:58   수정 2024-05-21 15:51

경북 고령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아이 낳고 산후 조리를 하려면 가게 문을 몇 달간 닫아야 할 형편이어서다. 하지만 A씨는 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소상공인 6개월 출산휴가정책’으로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도가 출산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에게도 출산하면 6개월간 대체인력비 1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덕분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산맘, 육아맘 등 수요자와 현장 중심으로 마련한 전국 최초 저출생 대책 12개 가운데 한 사례다.

경상북도는 13일 결혼, 출산, 주거, 돌봄과 관련해 전국 최초로 저출생 극복 대책 12개 등 100대 과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철우 경북지사가 발표한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안하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도의 정책은 지난 15년간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져 국가 위기에 이른 저출생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지사는 “출산 정책이 248개나 되지만 부처별로 분절돼 사각지대가 많아 현장 수요자는 어떤 정책이 있는지를 잘 모른다”며 “사각지대를 보완한 100대 과제가 출산 정책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발족한 경상북도 저출생과의전쟁본부는 농어촌과 도시, 중소기업, 자영업 등 현장의 출산맘과 육아맘을 다양하게 만나 정책의 맹점을 보완했다. 경상북도의 정책은 ‘출산과 양육은 국가와 사회, 기업의 책임’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완전 돌봄’ 실현에 특화돼 있다.

예천에 사는 B씨는 친정 아버지가 갑자기 입원하자 아파트 1층에 있는 ‘우리동네 돌봄마을’에 아이를 맡기고 병문안을 다녀왔다. 기존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됐지만 우리동네 돌봄마을은 밤 12시까지 전문 교사가 아이를 돌봐준다. 학원이나 병원 이동을 돕는 ‘온종일자녀안심차량’이 늘 운행되고 의용소방대와 자율방범대원이 안전을 책임진다. 도는 아파트 6채를 새로 매입하고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확대해 39곳에서 돌봄마을을 우선 운영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선다’는 공동체 육아 철학을 담았다.

직장 보육 환경도 크게 개선한다. 육아기 부모 4시 퇴근, 초등생 엄마 10시 출근제를 도입하고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설치비용을 지원한다. 이 덕에 포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C씨는 이제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 맡긴 둘째가 오후 5시만 되면 집에 가겠다고 보채 걱정이었지만 한시름을 놨다.

월급이 300만원인 B씨는 주 5시간 단축 근무 시 37만원 적게 받지만 경상북도와 정부가 이를 보전해준다. 경상북도는 이번 추경에 도비 541억원 등 1100억원을 편성하고 향후 예산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경북 돌봄융합특구를 지정받아 출생, 육아 관련 정부 정책의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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