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외교장관 회담, 원칙 지키며 협력도 확대하는 지혜 절실

입력 2024-05-13 17:55   수정 2024-05-14 07:07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어제저녁 베이징에서 회담하고 만찬도 같이했다. 양국 외교 수장 만남은 작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이후 6개월 만이고, 베이징 회담으로만 보면 6년6개월 만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한·중·일 정상회담 조율, 고위급 교류 재개, 북핵, 공급망 협력 등 굵직한 현안이 대거 테이블에 올랐다.

지금까지 전해진 바로는 가시적 합의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왕이 장관이 조 장관을 초청해 회담이 열렸고,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회담이 진행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통이익을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궤도를 이탈한 한·중 관계는 한국을 굴복시키려는 중국의 무리수와 난폭함이 발단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중국은 북핵 억제를 위한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인 사드 배치를 두고 갖은 치졸한 보복 조치로 이웃을 길들이려고 했다.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온 한국 기업에 대한 비이성적인 한한령 보복도 지속 중이다. 이런 중국의 전랑외교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국제질서 창출에 중대 위협이다. 상대국에 대한 배려가 없고 앞뒤도 안 맞는 중국의 이중 플레이는 세계인의 인내를 시험 중이다. 중국은 늘 ‘한반도 안정’을 말하면서도 탄도미사일 발사 등 유엔 결의 위반을 밥 먹듯 하는 북에 면죄부를 주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대만해협 안정을 위협하는 등 국제 규범을 무시한 ‘힘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도 위험수위다. 지난주 유럽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럽과 미국을 이간질하는 갈라치기 외교로 빈축을 샀다. 전 세계로 저가 제품을 밀어내는 ‘디플레이션 수출’로 내수 부진에 대응하며 글로벌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데 따른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마냥 중국을 적대적으로 상대할 수 없다. 여전히 산업과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높은 중요한 이웃이다. 미국과 안보적 이해를 같이하더라도 실용적 외교노선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대중 관계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시금석이다.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지혜로운 대처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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