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처음 우승한 이곳에서 서른다섯 살 골퍼로서 26번째 우승을 거뒀죠. 18번홀 그린에 있던 분들은 저의 성장을 지켜봐준 셈입니다.”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가 ‘약속의 땅’ 퀘일할로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첫 PGA투어 우승을 따낸 곳이자 총 네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곳. 그는 “질로(부동산 거래 앱)에서 이 지역 부동산을 찾아보고 있다”는 농담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매킬로이는 1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7538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시그니처 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우승했다.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줄이며 전날까지 내내 선두를 달리던 잰더 쇼플리(31·미국)를 5타 차로 꺾고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9억4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매킬로이는 다소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1월 DP월드투어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PGA투어에서는 지난달 중순까지 8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 톱1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말 취리히 클래식 때부터 반등이 시작됐다. 매킬로이는 프로 데뷔 이후 2인 1조로 짝을 이뤄 치르는 이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단짝 셰인 라우리(37·아일랜드)와 함께 나섰고, 환상적인 호흡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스윙의 열쇠를 찾았다”고 말했다.
우승 후 첫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부진을 전부 털어낸 모습이었다. 4라운드 동안 평균 비거리 337야드를 유지하고, 네 번이나 367야드짜리 드라이브샷을 쳤다. 그린 적중률 2위(68.06%), 어프로치 4위, 퍼팅 8위를 기록하는 등 티잉 구역부터 그린까지 모두 완벽한 샷을 구사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매킬로이다운 플레이의 ‘백미’를 보여줬다. 10번홀(파5) 이글을 시작으로 6홀 동안 이글 2개, 버디 2개로 6타를 줄이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0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로 367야드를 날린 뒤 10m 이글 퍼트를 잡아냈고, 15번홀(파5)에서는 그린 옆 벙커에서 친 공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환상적인 이글을 만들어냈다.
경기를 마친 뒤 경쟁자 쇼플리가 “알잖아요, 그는 매킬로이예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정도다.
한국 선수는 안병훈과 임성재가 톱5에 들며 선전했다. 안병훈은 이날 하루 5타를 줄이며 단독 3위(합계 9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마쳤고, 임성재는 2타를 잃었지만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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