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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5기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국방부 장관을 경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러시아 경제를 전시 비상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를 신임 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안보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7.4%를 차지하던 1980년대 중반 소련 때와 비슷해졌다”며 인사 변경 이유를 밝혔다. 현재 러시아 안보 예산이 GDP의 6.7%에 이르는 만큼 국방비 지출을 전체 경제 상황과 조율하는 업무가 중요해져 국방장관에 경제 전문가를 앉혔다는 설명이다. 임명은 13~14일 러시아 상원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1981년 모스크바주립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벨로우소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제통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제 및 금융부서 국장을 역임한 그는 2012년 경제부 장관을 거친 뒤 2013년부터 약 8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2020년 1월부터 최근 개각 전까지는 제1부총리로 일했다.
주요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당국은 군사적 충돌에 집중하기보다는 군공업 단지 및 경제 시스템 전반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천천히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액은 1185억달러(약 162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12년 동안 러시아 국방부를 이끈 쇼이구 장관은 이번 인사로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군사 산업 단지 책임자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쇼이구 장관을 중요도가 떨어진 보직에 임명해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기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은 1100만달러(약 150억50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돼 해임됐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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