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편의점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못 맞춰요. 점주가 홀로 하루 16~17시간씩 몸으로 때우거나 범법자가 되는 걸 감수하고 최저시급 이하로 아르바이트생을 쓰죠.”
전북 전주시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3일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최근 운영하던 점포 두 곳 중 하나를 접었다. 김씨가 매입 원가와 가맹점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본사로부터 정산받는 돈은 매달 약 650만원. 여기서 월세(약 140만원)와 주말·평일 아르바이트 4명의 인건비(약 570만원)를 제외하면 통장에 찍히는 수입은 ‘마이너스’다. 김씨는 “장사가 안되니 아르바이트생을 자르는 대신 법정 최저시급(시간당 9860원)보다 낮은 9000원을 주기로 했다”며 “불법 행위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매년 느는 인건비를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지방 편의점들이 매출 감소와 인건비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 위축 여파로 장사는 갈수록 안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로 빠져나가는 돈은 많아져서다. 아르바이트생과 ‘짬짜미’해 최저임금 밑으로 시급을 주는 사례가 허다하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을 피하기 위해 직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시급만 주는 ‘유령직원’을 쓰는 사례도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경기 침체 정도가 다르다”며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최저임금 무시 만연…"서비스업만이라도 예외를"
전북 부안군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최근 3개월간 아예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적자를 낸 이유는 두 가지. 객단가가 감소해 월 매출은 줄었는데 올초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는 100만원대 후반에서 220만원으로 증가해서다. 김씨는 “하루에 100명도 더 오는 서울 번화가 편의점과 똑같은 인건비를 감당하기엔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소비 침체뿐 아니라 인구 유출까지 겹친 지방 편의점들의 타격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공장이 있는 경기권·충청권에는 그나마 젊은 층이 유입되고 있지만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계속된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로 상권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란 게 지방 편의점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전북 지역 영업본부장은 “심야 시간대 편의점은 식당, 술집 등에 있던 사람들이 오는 게 대부분인데, 요즘엔 오후 8시 이후만 돼도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편의점 고객도 덩달아 줄었다”고 했다.
장사는 갈수록 안되는데 인건비는 매년 치솟는다. 올해 국내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작년(9620원)보다 2.5% 인상됐다.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줘야 하는 주휴수당까지 더하면 사실상 1만2000원에 육박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지방에는 최저임금을 맞춰서 주면 ‘마이너스’를 볼 수밖에 없는 점포가 대부분”이라며 “주휴수당이라도 피하기 위해 직원을 여러 명 고용하는 ‘쪼개기 알바’는 이미 업계 관행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마진이 큰 주류·담배 매출을 포기하고 하이브리드(심야 시간대 무인 운영)로 전환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주류·담배는 성인 인증이 필요해 무인 점포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 따르면 전국 하이브리드 편의점 점포 수는 2021년 2000여 개에서 지난해 36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편의점주들 사이에선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점주들은 무급노동을 하게 만드는 제도”라며 “지방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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