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은 이날 베이징 시내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왕 장관과의 회담 첫머리 발언에서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장관도 “(서로) 자주 오가는 것은 쌍방의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1분 시작된 회담은 만찬을 겸해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 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400자 분량의 첫머리 발언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일곱 차례나 사용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에 왕 장관도 “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건 우리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며 “한국과 중국이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을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서로를 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장관은 오는 26~27일로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의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 등에 관해 협의했다.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나 북·러 군사협력, 한·미·일 동맹 같은 민감한 의제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장관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중 기간에 조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10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왕 장관과의 회담 전 베이징 한 음식점에서 재중 한국 기업 경영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적극적인 ‘경제외교’도 약속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김종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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