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4일 16: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투자 전략은 흔히 코어(Core), 밸류애드(Value-add),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등 세 가지를 꼽는다. 국내 부동산 펀드시장이 형성된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 대다수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코어 전략 위주로 투자했다. 외국계 투자자의 경우 코어 전략과 더불어 개발사업 등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오퍼튜니스틱 전략을 추구했다.
리모델링, 증축 등으로 투자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인 밸류애드는 상대적으로 생소했다. 필자는 2015년 여의도 IFC 옆에 있는 씨티플라자를 밸류애드 전략으로 투자하고자 했다. 당시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만 30여 곳을 넘게 만났다. 기관의 실무자 대부분은 투자전략과 딜(Deal)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 밸류애드 투자 사례가 워낙 드물어 투자 유치는 힘들었다. 결국에 한 글로벌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펀딩을 받아 투자를 성사시켰다. 밸류애드 전략은 당시만 해도 보편적인 전략이 아니었다.
씨티플라자는 밸류애드 전략에 적합한 자산이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여유가 있어 법적 기준 내에서 최대치로 약 80평을 증축했다. 아울러 IFC몰과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상업시설을 지상 2~3층까지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기간 약 2년 만에 내부수익률(IRR) 30%를 상회하며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여의도 증권가 일대에서 저층부 2~3개 층을 리테일 아케이드(Retail Arcade)로 용도 변경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씨티플라자의 성공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은 밸류애드 전략의 첫 번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이 자금으로 오투타워(구HP빌딩)를 매입했다. 오투타워는 여의도역 3번 출구와 맞닿아 있고 의사당대로와 국제금융로2길의 교차로에 위치해 입지가 좋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고려증권이 사옥으로 지었고, HP도 사옥으로 쓴 기간이 길었다. 건물은 전용률이 낮고, 화장실, 로비, 저층부 입면이 노후해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밸류애드를 가동했다. 공개공지를 추가로 조성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약 300여 평을 수평증축 했다. 전층 화장실, 엘리베이터홀, 메인로비 등을 고급스럽고 깔끔한 이미지로 환경개선 공사를 했다. 어두웠던 저층부 외부 유리를 투명하고 가능한 내부에서 외부가 잘 보이게 하나의 면으로 마감하는 데 신경 썼다. 공중가로의 컨셉으로 외부에서 지상 3층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보행자의 흐름이 지상 3층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했다. 상업시설에는 스타벅스 리저브매장, 오복수산, 히노노리, 탭퍼블릭, 삼씨오화 등 그동안 여의도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트랜디한 브랜드를 유치했다. 결과적으로 순영업이익(NOI, Net Operating Income)이 30% 이상 상승했고, 당시 여의도 업무시설 평당 최고가로 매각이 됐다. IRR은 30%대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밸류애드 전략의 승패는 매각가치 극대화에 달렸다. 이는 순영업이익과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과 관련이 있다. 자본환원율은 금리, 유동성 등 금융시장 동향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성공적인 밸류애드 전략을 수립하려면 순영업이익을 증가시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매입 당시 수익률(Going in yield) 대비 리모델링 등 자본적 지출(CAPEX) 투자 이후 안정화 수익률(Stabilized yield)을 80~100bp(1bp = 0.01% 포인트) 이상 상승시킬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방법은 다양하다. ▲증축, 전용률 개선을 통한 임대면적 확대 ▲임차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어메니티 공간, 로비, 화장실, 전용공간 천정고 올리기 등 환경 개선 ▲보다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설로 용도변경 등 최유효 이용계획 수립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 설치, 주차장 외부 임대, 지하 공용창고 임대 등 추가수익 확보 ▲공실 해소, 목표 임대료 상향 조정, 임차인 구성 변경 등 임차 재구조화(Tenant repositioning) 등이다.
또한 씨티플라자, 오투타워 사례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던 점은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입지가 빠질 수 없다. 저층부를 상업시설로 변경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교차로에 위치하거나, 최소 2개면 이상이 오픈되어 입점한 매장 모두가 외부조망 및 자연채광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까지 밸류애드 전략은 운영수익(Operating Income)을 증가시켜 순영업이익을 상승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제 순영업이익 증가를 위해 운영비용(Operating Expense) 절감하는 방안도 고민할 때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운영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설관리는 부동산펀드 시장이 형성된 이후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모습을 바꿔 가는 AI가 앞으로 건물관리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건물 내 기계, 전기, 소방, 설비 등에 센서를 설치해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고, AI 건물 자동제어 및 원격제어로 인원 효율화, 유틸리티(전기, 수도 등) 사용량 최적화, 예방 유지보수 등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AI 로봇 활용으로 청소, 주차, 택배, 우편 서비스 등 무인화가 예상된다. 셋째, 탄소배출량 등 ESG 관련 데이터 수집 후 AI 모델링을 통한 운용 최적화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업계 전반에서 관심을 갖고, 적응이 필요하다. 다만,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는 데 신중한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정부지원금의 활용, 수치로 검증된 시스템 도입 등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I 기술을 활용할 줄 알고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전문인력이 앞으로 건물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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