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로펌 중 하나인 대륙아주가 국내 최초 법률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리걸테크(법률+기술) 혁명’이 법조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개인 대상 법률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한 차례 전쟁을 치른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대륙아주와 함께 법조인 대상 AI 법률 보조 서비스를 내놓은 엘박스에 대해 또다시 징계 방침을 고수하면서 법률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혁신 기업들이 기득권 단체와의 싸움에 힘을 쏟는 동안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이 국내 법률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 법률정보업체 렉시스넥시스가 국내에서 대화형 AI 솔루션 ‘렉시스플러스AI’를 출시한 이후 국내 로펌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렉시스넥시스 관계자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구독 관련 문의를 위한) 세일즈 미팅 건수가 2~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 기업과 로펌, 대학교, 공공기관 등이 렉시스플러스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슨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에서 8603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탄생하는 등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렉시스넥시스, 톰슨로이터와 같은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 우리 국민, 기업의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며 “구글, 페이스북에 시장 전체를 내준 유럽 꼴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면 100년 전 아날로그 시대와 다를 바 없는 변호사법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공공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는 법률 정보의 특성상 민간 플랫폼보다 공공 플랫폼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변협은 지난해 11월 자체 법률상담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출시했으나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훈 변협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설 플랫폼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제공되면 허위·과장 광고가 남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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