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8년' 개인투자 도우미, 사업자는 0명

입력 2024-05-15 18:34   수정 2024-05-16 00:57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2017년 5월 도입한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이지 않은 규정 때문에 도입 8년 차인 지금까지 사업자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서다.
○IFA, 도입 8년 차까지 ‘제로’

1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IFA를 등록한 사업자는 전무하다. 제도 도입 이전 투자 전문가의 1인 창업이나 소형 자문사·투자권유대행인·유사투자자문업자의 진입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 것과는 전혀 딴판인 결과다.

IFA는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투자자문업자를 뜻한다. 한 사업자가 자문 고객의 수요·투자 성향을 고려해 다양한 금융사 상품을 중개할 수 있다. 일종의 프리랜서 프라이빗뱅커(PB)인 셈이다. 이를 통하면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전문가의 투자·재무 조언을 받을 수 있고, 금융사의 밀어내기식 상품 영업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선 IFA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시장성 없고 진입장벽은 높아
IFA의 주요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어느 금융회사와도 소속·연계돼선 안 된다. 특정 회사의 상품에 한정한 자문도 제공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에게서만 자문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금융사로부터 받는 커미션은 없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같은 조건이 사실상 IFA의 시장성을 없앴다고 보고 있다. 개인 고객에게서 위탁금의 1% 미만 수준 자문 수수료를 받아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얘기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1000만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면 수수료를 10만원 미만으로 받는 구조인 셈”이라며 “포트폴리오 작성부터 투자 상담, 사후 관리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저시급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진입장벽도 문제다. IFA로 등록하려면 최소 자기자본 1억원이 있어야 한다. 여러 투자상품을 취급하려면 최소한 2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지역별 소규모 IFA를 활성화하기 위해 영업보증금만 요구하는 미국 일부 주(州), 수천만원대 자본금을 요건으로 삼은 영국 등과 다른 점이다.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IFA로 전업하지 않는 것도 이 영향이라는 게 금투업계의 지적이다. 자본금이 탄탄한 기존 일반투자자문사(FA)들이 IFA로 등록할 이유도 없다.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동일한 가운데 FA는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보수체계 전면 개편해야 활성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최근 실무선에서 IFA 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등록 요건을 일부 낮추거나, 로보어드바이저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조언해주고 낮은 정도의 성과보수를 받아 가는 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IFA 확대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 관련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금투업계의 시각이다. 개인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받았을 때 IFA로부터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자기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식 인가를 받은 IFA가 활성화되면 불법 리딩방이나 비자격 핀플루언서(금융·투자 분야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력도 줄일 수 있다. 개인자산관리계좌(ISA) 제도 확대와 맞물려 투자·재무설계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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