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폭탄 맞은 뉴욕·캘리포니아도 결국 고용 줄였다

입력 2024-05-15 18:12   수정 2024-05-16 01:38

해외에서도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인건비 절감이 고용주들의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미국에서 필리핀에 있는 직원에게 영상으로 주문과 계산을 하는 원격주문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15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피자헛 캘리포니아 직영점들은 지난 4월 배달원 1200여 명을 해고하거나 다른 파트로 배치했다. 배달 업무는 외주업체에 맡겼다. 캘리포니아주가 지난달 시간당 최저임금을 16달러(약 2만1840원)에서 20달러로 25% 인상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엑스칼리버 역시 같은 이유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배달기사 73명을 해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가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한 이후 연말까지 3개월 동안 7만7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을 미국 최고 수준인 시간당 19.08달러로 올린 웨스트할리우드시의 4월 실업률은 6.4%로 미국에서 가장 높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인건비를 줄이려 국경을 넘나드는 원격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치킨가게 ‘샌산치킨’에서는 영상통화 프로그램 줌(ZOOM)의 TV 화면을 통해 필리핀에 있는 직원이 주문을 받고 계산까지 한다. 뉴욕에서 점원을 고용하려면 최저임금인 시간당 16달러 이상을 줘야 하지만 필리핀의 원격 근로자는 시간당 3달러에 고용할 수 있다. 샌산치킨의 원격주문 시스템을 개발한 해피캐셔는 올 연말까지 뉴욕주 내 100여 개의 식당이 원격 근로자를 배치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고용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타코벨과 KFC 등을 운영하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얌브랜즈는 드라이브스루 주문 등에서 생성 AI가 고객과 소통하며 주문받는 기능을 시험하고 있다. 얌브랜즈는 앞으로 재료 주문부터 직원 교육 등 전반적인 매장 관리에 AI를 접목할 방침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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