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3명 대신 로봇 썼더니 月 450만원 절감"

입력 2024-05-15 18:30   수정 2024-05-23 16:24


“직원을 3명 줄이고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무인 주문기기)를 들였더니 매달 450만원씩 비용이 줄었습니다.”(경기 시흥시의 고깃집 사장 배모씨)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며 자동화와 무인화를 서두르고 있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인건비에 민감한 외식업과 편의점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획일적으로 끌어올린 최저임금이 도리어 비정규직 등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15일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 보급된 서빙로봇은 2021년 3000대, 2022년 5000대에서 지난해 1만1000대에 달했다. 불과 2년 새 세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테이블오더 도입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 1위 테이블오더 설치업체 티오더의 매출은 2021년 59억원에서 2022년 220억원, 2023년 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서빙로봇 한 대를 운영하는 데 월 50만~60만원, 무인 주문기기는 테이블당 월 1만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싸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급등과 무인 시스템 확산 등이 겹치며 직원 없이 홀로 영업하는 숙박 및 음식점 자영업자가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알바 인건비 주면 적자"…月 60만원에 서빙로봇 '고용'
식자재 값 천정부지로 뛰는데…최저임금까지 오르니 죽을 맛
어버이날인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샤부샤부 식당. 80㎡ 가게에 테이블 30석이 손님으로 꽉 차 있었지만 직원은 한 명뿐이었다. 직원이 계산하는 사이 서빙로봇 한 대가 테이블을 분주히 오가며 고기와 채소를 옮겼다.

식당 사장 진모씨는 2년 전 월 임차료 60만원을 주고 이 서빙로봇을 도입했다. 매달 120만원을 주고 쓰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서다. 비용은 60만원 줄었는데 로봇 도입 효과가 크자 진씨는 홀 및 설거지 아르바이트도 없애고 테이블오더 시스템과 초음파세척기를 도입했다.

진씨는 “매출을 유지하면서 종전보다 인건비를 월 190만원 정도 줄였다”며 “로봇과 테이블오더를 이용하니 사람을 썼을 때의 실수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서빙로봇 도입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자동화·무인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서빙로봇 보급 대수는 2021년 3000대, 2022년 5000대에 이어 지난해 1만1000대로 늘었다. 이 연구원이 서빙로봇을 들인 외식업체 17곳을 조사한 결과 15곳은 오로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했다고 답했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들였다고 응답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

테이블오더 도입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테이블오더 서비스 1위 사업자인 티오더 매출은 2021년 59억원에서 2022년 220억원, 2023년 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서빙로봇의 월 임차료는 대당 50만~60만원 정도, 테이블오더는 대당 1만원 선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도입이 늘어나는 건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2년간 7.6% 더 올라 올해 9860원이 됐다. 주휴 수당을 포함해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는 올해 월 206만740원을 줘야 한다.

경기 시흥시에서 430㎡ 매장에 테이블 40개짜리 고깃집을 운영하는 배모씨도 무인화를 통해 비용을 월 450만원 줄였다. 서빙로봇 두 대와 테이블오더 40개를 도입하고 아르바이트 직원 여덟 명을 다섯 명으로 세 명 줄였기 때문이다. 로봇과 테이블오더에 총 월 150만4000원을 지출하지만 직원 인건비는 월 600만원 덜 나간다. 배모씨는 “손님이 너무 많은 날에는 일일 아르바이트를 일당 12만~13만원에 부르는 경우가 있다”며 “소형 로봇을 추가로 들여놓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무인화 트렌드 강화될 듯
고질적인 구인난도 요식업의 무인화를 앞당기고 있다. 청년들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데다 편의점 등 다른 업종에서 일해도 생활하기에 충분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강한 요식업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고깃집은 워낙 일이 고돼 최저임금에 4000~5000원 더 얹어 아르바이트를 뽑아도 금방 퇴사해 스트레스가 컸다”며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를 도입한 뒤로는 업무 강도가 낮아져 퇴사하는 직원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1~2년 새 고금리 장기화와 식자재 물가 급등마저 가세해 무인화는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사실상 인건비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에선 무인화 흐름은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소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외식업 스마트기기는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도화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급상승은 노동 강도가 낮은 유사 산업으로 인력이 이탈하는 현상을 유발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경영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박상용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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