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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두 반도체 업체가 인공지능(AI) 칩셋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를 생산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중국업체들은 또 HBM 개발에 필요한 장비 구매를 위해 한국 일본 업체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한데 따르면, 중국 최고의 DRAM 제조업체인 CXMT는 칩 패키징 및 테스트 회사인 통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협력해 샘플 HBM칩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보여줬다. 이 회사 주가는 이 날 상하이 증시에서 8% 상승했다.
또 다른 업체로 상장을 준비중인 우한 신신도 한 달에 3,000개의 12인치 HBM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중이라고 상장을 위한 기업 서류에서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제재중인 중국 기술 거대 화웨이는 2026년까지 중국내 다른 기업과 협력해 HBM2 칩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보산업 매체인 ‘더 인포메이션’은 지난 4월 화웨이가 HBM 제조를 목표로 하는 기업 그룹을 결성했으며 여기에 역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푸젠진화집적회로(FJIC)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어센드 AI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화웨이가 현재는 어디서 HBM을 조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업체들이 만드는 HBM은 이전 세대 제품으로 기술은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자립하려는 노력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소식통 2명은 CXMT 등 중국 칩업체들이 HBM 개발에 필요한 툴 구매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HBM은 2013년에 처음 생산된 DRAM 규격으로 칩을 수직으로 쌓아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AI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되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이상적이며 AI 붐속에 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AI칩 거대 기업인 엔비디아(NVDA)에 대한 유일한 공급업체였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생산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최신 표준인 HBM3 칩을 제조하고 있으며 올해 5세대 HBM 또는 HMB3E을 개발중이다.
허페이에 본사를 둔 CXMT 또는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와 통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모두 로이터의 답변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한 신신의 모회사는 NAND 메모리 전문업체인 YMTC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YMTC는 HBM을 양산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CXMT와 우한 신신 두 업체는 모두 중국이 반도체 부문 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쏟아 부은 민간 기업이다.
미국은 HBM 칩 수출 자체를 제한하지 않았지만 HBM3 칩은 화웨이를 포함한 많은 중국 기업의 접근이 금지된 미국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화이트 오크 캐피탈의 투자 이사이자 전직 IT 부문 분석가인 노리 쵸우는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HBM에서 한국업체보다 10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국은 전통적인 메모리 시장 영역에서도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CXMT와 통푸가 협력을 통해 HBM을 개발한다는 것은 “중국이 메모리와 고급 패키징 기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지적했다.
CXMT, 통푸 및 화웨이가 제출한 특허에 따르면 HBM을 중국내에서 개발하려는 계획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 3년전부터이다.
CXMT는 HBM 칩의 제조 및 기능에 대한 다양한 기술 관련으로 미국, 중국 및 대만에 약 130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 달 공개된 중국 특허 중 하나는 이 회사가 더 강력한 HBM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고급 패키징 기술이 포함돼있고 HBM3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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