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말고 애플 주식 사라"…'월가 아인슈타인'의 조언

입력 2024-05-15 13:00   수정 2024-05-15 13:08


“오늘 밈 주식이 돌아왔어요."

14일(현지시간) 낮 12시 30분.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에서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발의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형광색 노란 후드티에 스타일리시한 운동화, 하늘색 머플러가 눈에 띄었다. NYSE에서 1985년부터 40년 가까이 트레이더로 일한 피터 터크만이었다. 그는 뉴욕증시가 곤두박질한 2007년 2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입을 다물지 못한 표정이 ‘뉴욕데일리뉴스’ 1면을 장식하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장의 변동성이 심할 때마다 그의 풍부한 표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 언론사를 통해 퍼졌다. 아인슈타인과 닮은 외모 때문에 ‘월가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85년부터 뉴욕거래소 트레이더로 일해
그는 오전 장은 어땠냐는 인사말에 “밈 주식 현상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개장 전부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밈 주식 투자자로 유명했던 키스 질이 3년 만에 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가 과거 게임스톱에 대한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던 만큼 이날 게임스톱의 주가는 개장 전부터 급등세를 보여 오전 한때 80% 이상 급등했다.

터크만은 1985년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가 소개해 준 인연으로 NYSE의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하기 시작했다. 플로어 트레이더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자기매매(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매매하는 것) 업무를 담당하는 딜러를 뜻한다. 다른 회원들의 주문을 받아 위탁 거래하는 플로어 브로커와 구분된다.

약 40년간 월가의 현장에 몸담은 터크만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다양한 경제 위기를 몸소 겪었다. 터크만은 이에 대해 “나는 ‘위기’라는 말을 가볍게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단지 사고가 터진 것뿐이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 때 18개월 동안 8000억 달러를 풀었다”며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3조 달러를 3개월 만에 시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터크만은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잦아들었음에도 다시 일하러 돌아가지 않은 점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건비로 인해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현재 인플레는 다이어트의 마지막 단계와 비슷
특히 터크만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시장에서 기대했던 속도만큼 둔화하지 않는 점을 들어 “다이어트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비유를 들었다. 과체중인 사람이 35파운드(약 16㎏)를 감량하기로 결심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첫 30파운드(약 14㎏)를 뺄 때보다 마지막 5파운드(약 2㎏)를 빼는 게 더 힘들다는 게 그의 논리다. 터크만은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 중앙은행(Fed)은 현재 인플레이션인 3%에서 1%포인트를 줄여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터크만은 최근 나온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Fed가 올해 금리를 한번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7만5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4만명 증가를 밑돈 수치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9%로 직전 달 3.8%보다 약간 올랐다. 터크만은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된 사례”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만 Fed의 정책 결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터크만은 “Fed의 경제 정책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며 “매달, 매주 다른 데이터를 얻고 그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동성 있게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올바른 투자원칙 가르치는 데 책임감 느껴"
터크만은 현재 트레이딩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웨드부시 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와 증시 관련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터크만은 팬데믹 기간 젊은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해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한 파티에 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누구도 보드카를 마시면 취한다고 가르쳐 준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하려면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이 있었다면 최근엔 로빈후드, 웨이보 등 트레이딩 앱이 생겨나면서 장벽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공부와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증시로 쏟아져 들어왔고, 이들에게 올바른 투자 원칙을 가르쳐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터크만은 특히 상승장에 합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표현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stuff)을 살 것이 아니라 주식(stock)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을 바꾸고 싶다면 애플 주식을 사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대해선 “거품이 아니며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AI 문제는 내 머리로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변에 똑똑한 친구들에게 늘 물어본다”며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모든 기업이 AI에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진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거래소의 아드레날린 좋아해
터크만은 40년간 트레이더로서 일해 온 동력으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시장을 좋아한다”며 “아드레날린과 그 주변의 에너지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생존력도 그를 지탱시킨 힘이었다. 그는 “40년 동안 각종 위기를 겪었고 한 때 트레이더로서 수익을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침대에 누워 눈물만 흘려서는 어떤 기회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아들 벤자민도 파트너로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도 그의 원동력이 됐다.

터크만은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가르치고 내가 배운 것을 전수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나는 죽어서야 NYSE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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