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밈 주식이 돌아왔어요."
14일(현지시간) 낮 12시 30분.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에서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발의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형광색 노란 후드티에 스타일리시한 운동화, 하늘색 머플러가 눈에 띄었다. NYSE에서 1985년부터 40년 가까이 트레이더로 일한 피터 터크만이었다. 그는 뉴욕증시가 곤두박질한 2007년 2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입을 다물지 못한 표정이 ‘뉴욕데일리뉴스’ 1면을 장식하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장의 변동성이 심할 때마다 그의 풍부한 표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 언론사를 통해 퍼졌다. 아인슈타인과 닮은 외모 때문에 ‘월가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터크만은 1985년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가 소개해 준 인연으로 NYSE의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하기 시작했다. 플로어 트레이더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자기매매(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매매하는 것) 업무를 담당하는 딜러를 뜻한다. 다른 회원들의 주문을 받아 위탁 거래하는 플로어 브로커와 구분된다.
약 40년간 월가의 현장에 몸담은 터크만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다양한 경제 위기를 몸소 겪었다. 터크만은 이에 대해 “나는 ‘위기’라는 말을 가볍게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단지 사고가 터진 것뿐이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 때 18개월 동안 8000억 달러를 풀었다”며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3조 달러를 3개월 만에 시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터크만은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잦아들었음에도 다시 일하러 돌아가지 않은 점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건비로 인해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터크만은 최근 나온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Fed가 올해 금리를 한번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7만5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4만명 증가를 밑돈 수치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9%로 직전 달 3.8%보다 약간 올랐다. 터크만은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된 사례”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만 Fed의 정책 결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터크만은 “Fed의 경제 정책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며 “매달, 매주 다른 데이터를 얻고 그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동성 있게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터크만은 특히 상승장에 합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표현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stuff)을 살 것이 아니라 주식(stock)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을 바꾸고 싶다면 애플 주식을 사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대해선 “거품이 아니며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AI 문제는 내 머리로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변에 똑똑한 친구들에게 늘 물어본다”며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모든 기업이 AI에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진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터크만은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가르치고 내가 배운 것을 전수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나는 죽어서야 NYSE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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