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영업손실 2조인데 사장 연임?…업계 '술렁' [관가포커스]

입력 2024-05-16 07:42   수정 2024-05-16 15:05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사진 왼쪽)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김 사장이 연임에 공을 들인다는 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관련 업계에서 번지고 있어서다. 해양진흥공사의 허술한 규정이 이러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임 조건' 없는 임기 규정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양수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22일 만료된다. 해양진흥공사 고위 관계자는 "사장을 포함해 공사 임원은 사실상 해양수산부가 내리는 자리여서 연임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김 사장 본인도 연임 욕심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사장과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한다.

그런데도 업계에서 김 사장이 연임을 위해 움직인다는 얘기가 도는 이유는 해양진흥공사 규정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양진흥공사 정관(제39조)은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해당 임기는 1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관광공사, 코트라, 가스안전공사 등 대부분의 공사들도 사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면서도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연임 여부는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8조 2항)'는 조건이 붙는다.

해양진흥공사 정관은 1년 단위 연임 규정만 있을 뿐 경영실적 평가 같은 단서 조항이 없다. 이론상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1년 단위로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셈이다. 김 사장 본인이 공식적으로 연임 여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지만 업계에서 '연임에 공을 들인다'는 말이 도는 이유다.

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이 파산한 1년 뒤인 2018년 7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출범했다. 김양수 사장이 2대 사장이어서 연임과 관련해 과거 사례와 비교가 어렵다. 초대 사장인 황호선 부경대 명예교수는 학자 출신이었다. 김 사장은 첫 해양수산부 출신 사장이다. 해양진흥공사의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에서 차관을 역임했다.
2년간 영업손실 2조원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임기 중 공사의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정관 제43조 1항) 경영성과만 놓고 봤을 때 김 사장의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2021년까지 해양진흥공사는 매년 3조~5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22년 해양진흥공사는 1조816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도 2434억원에 달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HMM의 영구채 때문에 영업손실이 난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HMM의 주가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2022년 1조9863억원의 순손실을 낸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4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HMM의 보유지분 등으로부터 얻는 지분법 이익(6억7484만원)과 대손준비금 반영 후 조정이익(208억원)을 반영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HMM 매각에 성공했다면 대규모 영업손실도, 순익 착시효과 논란도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지분 28.66%를 보유한 해양진흥공사는 2022년 1월부터 이 회사를 단독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 작업에 나서 국내 식품회사인 하림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2월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하림-JKL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HMM 매각 작업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매각 실패는 해양진흥공사가 해양수산부의 대리인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해양수산부와 해양진흥공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차준호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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