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RA 폐기 우선이 아냐…신재생에너지 펀드, 인플레이션 반영 조항 따져야"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입력 2024-05-16 12:43   수정 2024-05-16 13:07


※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는 이시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수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이자율은 더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 펀드 투자의 적기입니다.”

리차드 노스 슈로더그린코트 파트너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금리 환경과 미국 대선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수익에 더 이상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슈로더그린코트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사 슈로더그룹 산하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운용사다. 투자은행(IB) 메릴린치, 영국 정부 공기업실 등에서 30년간 일한 노스 파트너는 이 회사의 투자 전략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오는 22일 ‘상반기 ASK 2024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의 연사로 나서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위험-수익 균형 형성"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상장된 태양광·풍력 발전회사나 관련 부품 업체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고, 이들 기업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발전 프로젝트에 직접 펀드 자금을 투입하고, 발생하는 전력 판매비 등 수익을 가입자들과 나누는 형태도 가능하다. 모든 상품의 수익률을 흔드는 공통 요소는 자연히 발전기 건설 프로젝트와 에너지 가격이 된다. 건물을 짓고 월세를 잘 받으면, 집주인이 수익을 얻고 건설회사들도 수혜를 보는 것과 같다.

고금리 장기화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전반의 심리를 악화시켰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노스 파트너는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해는 특히 해상 풍력에서 높은 이자율이 자본 지출과 조달 비용을 올리고, 기업들이 받는 수익성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력 가격 계약에 인플레이션 관련 조항이 반영되지 않은 미국 프로젝트가 가장 심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1위 해상 풍력 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마저도 프로젝트 취소 및 손상 비용처리를 진행할 정도였다.

노스 파트너는 “현재는 인플레이션 반영과 각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치적 약속’을 기반으로 위험과 수익의 균형이 대부분 맞춰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최근 해상 풍력 기반 전기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격을 66% 늘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펀드들이 수소나 2차전지 같은 다른 기술로도 포트폴리오 범위를 넓히는 트렌드가 생겨 수익률 방어에 용이해졌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영국 상장 신재생에너지 펀드의 지난 2년간 수익률이 약 2%포인트씩 상승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재간접·SMA 펀드 투자 효과적
좋은 신재생에너지 펀드의 요건은 확실한 현금흐름 제공 여부로 꼽았다. 담고 있는 발전 자산 등이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따지란 것이다. 주로 발전단지 등에 직접 투자하는 사모 대체투자 영역에서 살펴야 할 조건이지만, 발주처 재무적 체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넓게는 에너지 부품 상장업체까지도 연관된 문제다. 그는 “에너지 생산 규모, 인허가 과정, 건설 계약 업체 등 따질 요소는 많지만 특히 자산 관리 경험과 프로젝트 계약에서 인플레이션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신재생 에너지 업계에 당장은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IRA 법안의 주요 수혜 업종 중 하나다. 노스 파트너는 “IRA 폐기는 당장의 고용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선 사항은 아닐 것”이라며 “그는 오히려 석탄 산업 지대에 유권자 기반을 두고도 재임 이전 폐쇄가 발표된 석탄 발전소를 모두 예정대로 폐쇄시킨 인물”이라고 짚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때는 난도가 높은 사모펀드나 변동성이 커진 개별 상장 종목보다 재간접·주식형 공모펀드가 접근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선 ‘슈로더글로벌그린에너지펀드’를 포함해 ‘미래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 ‘삼성에너지트랜지션증권자투자신탁’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외 자산 중점적으로 담는다. 시장 경험이 적은 기관투자가에게는 SMA 펀드 운용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SMA 펀드는 복수의 투자자가 아닌 한 곳의 자금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과 유사하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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