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있으면 만기인데 전셋값이 미쳤네요"…세입자 '발동동'

입력 2024-05-16 14:12   수정 2024-05-16 14:17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2주 연속으로 치솟았다. 전셋값이 1년 내내 오르면서 보증금이 전년 대비 억대 상승한 단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셋째 주부터 1년 내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된 강동구 외 24개 구가 모두 올랐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중구와 은평구로, 각각 0.15%씩 올랐다. 이어 노원구가 0.13% 올라 뒤를 이었고 성북구와 동작구가 각각 0.12%씩 상승했다. 도봉구가 0.11%, 서대문구가 0.09%로 뒤를 이었다.

전셋값이 52주 연속 오르면서 1년 전과 비교해 보증금이 억대 상승한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 전세를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은평구 수색동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49㎡는 지난 11일 4억5000만원(12층)에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이 면적 전세보증금으로는 역대 최고가다.

중구 신당동 '래미안하이베르' 전용 84㎡는 지난 14일 7억원(8층)에 전세 계약을 했다. 지난달 직전 거래가 6억5000만원(3층)이던 것과 비교해서 한 달 만에 5000만원 올랐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5억원 후반이던 전셋값이 1억원 넘게 뛰었다. 현재 이 단지에서 나온 전용 84㎡ 전세 매물도 7억원짜리 1건뿐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 역시 지난 9일 7억원(6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달 같은 층에서 6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한 달 만에 7000만원이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커진다. 지난해 5월 동일 면적 전세가는 5억1000만원(1층)을 기록했다. 전셋값이 1년 새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인근 '중계주공5단지' 전용 58㎡도 8일 3억5000만원(14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3억원(9층)과 비교해서 한 달 만에 5000만원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2억6000만원(6층) 대비로는 9000만원 상승한 액수다.

지난 1년간 누적 상승률을 살펴보면 서울 전셋값이 5.2% 올랐고,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성동구가 11.1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송파구가 8.14%, 양천구 6.75%, 은평구 6.62%, 동대문구 6.21%, 용산구 6.19%, 마포구 5.8% 등에서 서울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 정책자금이 풀렸고 전세 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었는데, 신규 입주 물량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R114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2만3786가구로 집계했다. 지난해 3만2759가구보다 27.4% 줄었다.

전셋값이 상승을 거듭하자 기존 세입자들이 갱신 계약을 선택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욱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187건으로 1년 전 3만8804건보다 약 25%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오는 7월 말이면 임대차 2법으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전세 매물의 4년 만기도 돌아온다.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4년 만기를 맞이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는 최근 높아진 전셋값 부담으로 거래가 주춤하며 상승 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역세권·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에서는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가운데 매물 부족 현상을 보여 전셋값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서울 집값도 0.03% 상승세를 유지했다. 성동구가 금호·행당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9% 뛰었고 용산구도 이촌·효창동 위주로 0.08% 상승했다. 이어 강남구는 압구정·대치동 위주로, 마포구는 아현·염리동 위주로 0.06%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고금리 장기화로 거래 관망세로 매물 적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단지에서는 저점 인식에 따른 간헐적 거래가 발생하면서 매도 호가가 상승하는 시장 상황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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