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실무진은 도시계획, 자율주행·탄소중립 건물 등 스마트시티 정책 등을 참고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두바이와 아부다비 출장길에 올랐다. 현장을 함께 취재한 기자는 둘러보는 곳마다 어디서 한 번쯤 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를 그대로 옮겨 놓은 아부다비 림 아일랜드의 ‘게이트 타워’를 예로 들 수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처럼 세 개의 건물 위에 지붕 형태의 인공물을 얹은 모습이었다. 세계 최고 높이의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는 영국 런던의 ‘런던 아이’와 흡사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UAE 건국 100주년을 맞이하는 2071년 모습을 시각화한 5층짜리 전시관 ‘두바이 미래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은 두바이 미래재단이 ‘미래 혁신’을 천명하며 2022년 개관했지만, 혁신이라고 할 만한 건 아랍 문자가 새겨진 외관뿐이었다.
박물관의 몰입형 체험은 우주선이 2071년 우주 정거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관람객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우주선복을 입은 캐릭터로 합성해주는 증강현실(AR) 콘텐츠는 모바일 사진 앱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시장 일부 기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왜 특정 시점(2071년)에 지구가 이런 모습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지 관람객을 설득하지 못했다.
UAE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세계적 도시 반열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온갖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다른 나라에서 빌려와 건물을 올리고 도시를 개발했다. 하지만 자본으로 하드웨어를 갖출 수는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상상력과 전통까지 사지는 못했다.
서울시는 최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 대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조만간 한강 주변으로 혁신 디자인을 입힌 노들 예술섬, 제2세종문화회관 등이 들어서고 수상에는 배와 건물이 띄워지는 등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용산, 세운상가, 여의도에도 초고층 빌딩숲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번 출장길에 확인했듯이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다. 서울 도시 대개조 작업은 고유의 색깔과 문화를 새겨 넣는 고민과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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