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한시름 놨지만 문제는 '주거비 인플레'

입력 2024-05-16 18:58   수정 2024-05-17 01:32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물가 상승의 주원인인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주거비가 잡히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기 힘들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오스턴 굴즈비 미국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4월 CPI와 관련해 “(인플레이션 완화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굴즈비 총재는 미 중앙은행(Fed) 인사 가운데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힌다. 특히 주거비와 관련해 “지금 수준에서 상당히 낮아지지 않으면 전반적인 (물가상승률) 목표인 2%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는 한 콘퍼런스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 좀 더 오래 여기(기준금리 연 5.25~5.5%)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이 CPI 상승에 70% 기여했다고 밝혔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휘발유값은 같은 기간 2.8% 올랐다. 미국 소비자들은 주거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3일 뉴욕연은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뒤 주택 중위가격 상승률은 2022년 7월 후 가장 높은 3.3%로 예상됐다. 응답자들은 1년 뒤 주택 임대료 상승률 역시 전월보다 0.4%포인트 오른 9.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 저리로 집을 산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이사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모기지 금리가 연 6~7%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가 식어가는 신호도 동시에 잡히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2000건으로 전주보다 1만 건 감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22만1000건이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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