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랫말처럼 정치인의 독도 방문은 번지수가 틀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10일 전격적으로 독도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대항해 ‘조용한 외교’로 일관해 온 그간의 기조와는 정반대 행보였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라지만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2년 뒤 일본 도쿄를 방문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내가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자’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일 냉각기는 2015년 말 위안부 합의 때까지 이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논의가 중단됐고 경제 협력의 상징인 양국 간 통화스와프도 2015년 2월 완전 종료됐다. 민간으로도 여파가 퍼졌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 351만 명에서 2015년 184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류스타들의 일본 TV 출연이 뚝 끊어졌고 스마트폰 등 한국 제품 판매도 급감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출하량은 540만 대(점유율 14.8%)에서 170만 대(4.3%)로 3분의 1토막 났다.
지난 13일엔 22대 국회 제3당 대표가 독도를 찾았다. 라인야후 사태가 이유였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의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독도에서 “총무성 장관의 외고조부가 이토 히로부미로, 조선 침탈의 선봉장이었다”며 “라인의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디지털 ‘갑진국치’로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1일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 조선 대한민국 정부: 멍∼’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권의 이런 죽창가는 이번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적 반일 몰이는 국익만 훼손할 뿐이다. 네이버는 이번 사태가 외교 쟁점화하면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설령 제값을 받고 지분을 일부 넘겨도 지금 분위기에선 잘 키운 한국 기업을 일본에 넘긴 ‘매국노’란 소리를 들을 판이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강력 대응에 나서면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도 보인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게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14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며 “네이버에 불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는 나라다. 사실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외국 기업에 지분을 팔라느니 말라느니 할 순 없다. 앞으로 라인야후의 또 다른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다. 네이버와 정부는 냉철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가격만 비싸게 쳐 준다면 못 팔 이유도 없다. 어쨌든 야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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