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의 뺑소니 사고 후 이를 둘러싼 진실들이 하나둘 드러나며 추악한 거짓말도 쌓여가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2차선 도로. 벤틀리 SUV 벤테이가 한 대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와 추돌했다. 택시를 올라탄 바퀴가 공중에 들릴 정도의 충격이 발생한 사고였다.
참고로 벤테이가는 벤틀리의 최초의 현대식 SUV로 가격이 2024년형 기본옵션 기준 2억6000만원~3억4000만원 정도에 달하는 고급차다.
사고 후 당연히 차에서 내려 수습했어야 할 SUV 차주는 이내 속도를 내 현장을 달아났다. 택시 기사의 신고가 접수됐고 사고 2시간 후 한 남성이 경찰서에 와 본인이 운전 중 사고를 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와 해당 남성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고 경찰의 추궁 끝에 그는 김호중의 매니저임을 실토했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 운전자인 김호중이 사고 당시 입었던 옷으로 바꿔입은 상태였고 경찰 대리 출석 요구에 응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김호중이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은 이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김호중 매니저가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자백을 한 이후 경찰은 김호중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김호중은 일절 응하지 않았으며 경찰이 그의 집을 찾았을 때 집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각 김호중은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한 호텔에 머무른 채 경찰의 연락을 피하고 있었다. 그는 왜 집을 놔두고 호텔에 머무르며 시간을 벌었을까.
경찰의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집을 비웠다가 정확한 음주 측정이 쉽지 않은 사고 17시간 뒤에야 출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경찰은 김호중을 조사하기 위해 집을 찾았다 허탕을 쳐야했다.
김호중의 뺑소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소속사가 전방위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했다는 혐의가 짙어지는데 대표적인 거짓말을 살펴보자.
사고 2시간 후인 10일 오전 매니저가 김호중 옷으로 갈아입고 경찰 출석해 "내가 운전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사고 후 도주한 차량 소유주가 아니라는 점은 경찰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는 말을 순순히 믿을 수 없었던 경찰의 추궁은 계속됐다.
이윽고 10일 오후 김호중은 경찰에 출석해 "내가 운전했다"고 실토했다. 사고가 난 지 17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으며 음주는 측정되지 않았다.
이에 소속사 관계자는 "매니저 거짓 자백은 소속사 대표가 지시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김호중을 과잉보호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황당한 해명도 함께였다.
소속사 관계자 또한 "소속사 대표 등 5명과 유흥주점 방문했지만, 술은 안 마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김호중은 공연을 앞두고 있어 음료수만 마셨다는 것.
하지만 현장 CCTV를 통해 확인해보니 김호중은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했다가 이후 50분 후 직접 다른 차량을 운전해 어딘가로 이동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목적지는 또 다른 술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중 소속사 측은 "김호중이 너무 피곤한 상태였으며 방문한 유흥주점이 서비스로 대리기사를 이용하게 해주는 곳이었을 뿐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운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기껏 대리기사를 이용해 귀가하고 50분 후 바로 또 다른 술자리를 찾아가는 일은 흔치 않다. 네티즌들이 가장 의문을 표하는 대목 또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대리운전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사고 이후 파문이 일었음에도 집이 아닌 호텔에 머무르다 술이 깨기에 충분한 17시간이 지나 경찰에 출석한 점도 음주운전에 대한 의혹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후 16일 소속사 대표는 "사고 후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카드를 제거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하려 했으나 관계자는 메모리카드를 파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거나 뺑소니를 친 이유가 당시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블랙박스는 그의 무고함을 증명해줄 단서가 되는데 이를 기를 쓰고 인멸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범죄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주변 CCTV에는 사고 발생 200m 근방에서 김호중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매니저들이 현장에 도착해 한명은 경찰서로 출두하고 한명은 김호중을 호텔로 데려가는 등 일사불란하게 행동한 정황이 담겼다.
김호중은 뺑소니를 친 일로 경찰조사를 받은 다음 날부터 고양에서 양일간 콘서트를 열었으며 팬카페에 "안전하게 귀가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유흥주점에 갔으나 술은 마시지 않았고, 떳떳하지만 음주 측정은 피하려 귀가하지 않았고 너무 비상식적이다", "사고가 났는데 그냥 도주. 술 안 마셨으면 왜 도망갔나", "경찰이 이 사건이 어물쩍 넘어간다면 앞으로 일반 시민들도 음주운전 후 사고 나면 무조건 도망치고 숨어서 술 깬 다음 자수하고 음주 측정하고 무섭고 공황장애 와서 숨었다고 할 것이다", "이거는 뭐 소속사까지 합세한 거의 범죄집단 수준이다", "음주를 안 했으면서 왜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나. 세상 사람들 다 바보로 보는 거지"라고 힐난했다.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김호중은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흥행가도를 달려왔다.
김호중 소속사는 내일부터 양일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호중이 지난 14일 경찰에 입건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서는 자리라 그가 공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소속사 본부장, 매니저 등 3명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허위 진술을 한 매니저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됐다.
한편 김호중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조남관(59)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의혹 말 바꾸기' 논란을 받는 김호중이 '호화 전관(前官)'을 고용해 본격 사법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