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그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절세 플랜’을 미리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융소득 발생 시점을 분산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절세’가 개인투자자 사이에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전한 두 기사 문장의 서술어를 주목할 만하다. ‘바람직하다’와 ‘고려해봄 직하다’. 두 말은 형태가 비슷하지만 의미와 통사 용법은 전혀 다르다. 표현의 미세한 차이가 문법성을 가르기 때문에 정통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ㅁ직하-’가 사라졌다. ‘사라졌다’는 의미는 원래 <표준국어대사전>이 1999년 종이 사전으로 처음 나올 때는 접미사 ‘-ㅁ직하-’가 표제어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ㅁ직하-’는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풀이했다. <금성판 국어대사전>(1991년)에서도 같게 풀이했다. 이는 ‘바람직하다/믿음직하다/먹음직하다’ 같은 말을 만드는 데 쓰였다. ‘-ㅁ직스럽-’과는 같은 의미라 서로 바꿔써도 된다. 하지만 이 말 역시 지금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라졌다.
예전 사전들의 풀이를 토대로 이 말의 정체와 용법, 의미를 구별해낼 수 있다. 우선 비교적 문법적 정리가 확실한 보조형용사 ‘직하다’ 용법에서 시작하자. 이 말은 ‘-ㅁ/음 직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내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음을 나타낸다. ‘먹었음 직하다/믿었음 직하다/사실임 직하다’처럼 쓰인다. 여기서 ‘직하다’는 보조형용사로서 앞에 오는 본용언에 연결돼 의미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본용언이 바뀜에 따라 뒤에 ‘직하다’가 붙어 무수한 ‘본용언+직하다’ 꼴의 말을 만든다.
‘먹음직하다’와 ‘먹었음 직하다’를 통해 그 차이를 확인해보자. 뒷말은 얼핏보면 ‘먹음직하다’의 과거형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통사적 구성이 다르다. 가령 앞에 ‘사과’를 넣어보자. ‘사과가 먹음직하다’와 ‘사과를 먹었음 직하다’의 문장의 경우 앞에서는 자동사로, 뒤에서는 타동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들 관계는 접미사 ‘-ㅁ직하다’는 같은 접사 ‘-ㅁ직스럽다’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ㅁ 직하다’는 안 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먹었음직스럽다’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두 말의 관계는 의미적으로도 다르다. ‘먹음직하다’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먹었음 직하다’는 그럴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통사적으로, 의미적으로도 완전히 구별되는 말이다. ‘먹었음 직하다’는 앞이 본용언, 뒤는 보조용언 ‘직하다’의 결합이다. 따라서 띄어쓰기도 맞춤법 47조 보조용언의 띄어쓰기 규정을 따르면 된다. 즉 원래 ‘먹었음 직하다’와 같이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먹었음직하다’와 같이 붙여 쓴 형태도 자연스러우므로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했다. 이에 비해 ‘먹음직하다’에서 ‘-ㅁ직하다’는 접미사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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