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전화번호 좀"…다시 깨어난 '수박 색출' 악몽

입력 2024-05-17 11:16   수정 2024-05-17 11:17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색출' 움직임이 다시 보인다. '추미애 우세'라는 관측을 뒤엎고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갑·5선)이 민주당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다.

17일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새벽부터 우 의원을 뽑은 의원들을 향해 분노 섞인 글들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특히 당선인 총회에서 우 의원이 89표를 얻었다고 알려지면서 강성 지지자들은 89명을 이른바 '수박'(비이재명계 멸칭)으로 분류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80표를 받아 두 사람의 격차는 9표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은 "89명은 개혁이 싫다는 것", "당원에게 반기를 든 셈", "기명투표로 바꿔야 한다", "당심 개무시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떨지 보인다. 우원식 뽑은 인간들을 걸러내야 한다. 힘을 모아 찾아내야 한다" 등 공분을 쏟아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22대 의원들 전화번호 좀 뿌려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원을 뽑은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누구를 뽑았는지 물어보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국회의장 후보 수락 인사에서 '중립'을 언급한 우 의원에게 "협치는 개나 줘라"며 직접 연락을 취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묻는 글도 올라왔다. 이에 다른 지지자들은 자신이 과거 연락했던 전화번호라며 우 의원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공유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수박 색출'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과 9월, 국회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이탈표'가 나왔을 때도 이들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하는가 하면, 이들의 핸드폰 번호까지 공유해 직접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추궁하기도 했다. 어떤 명단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 의원을 모두 나열하고 이들의 성향을 따져보는 이른바 '수박 당도 감별 명단'인 '수박아웃'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최성 새로운미래 비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박은 극우 커뮤니티 등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이 낭자한 희생자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패륜적 용어"라면서 "무리해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까지 하며 '친명'으로 가득 채웠는데 패륜적 용어까지 써가며 비명 색출하는 것은 민주정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수박이라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다니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민주당과 '개딸'은 5.18 영령과 희생자들께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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