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택배보고 투자했어요"…삼전 팔고 이 주식 산 남편 지금은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입력 2024-05-19 09:00   수정 2024-06-13 12:17


#. 누군들 애증하는 '나만의 주식'이 왜 없을까요.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팔았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그런 주식 말입니다. 내 인생을 망치기도, 내 인생을 살리기도 하는 그런 주식.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내 인생 종목'을 만나게 됐는지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에서 '첫 만남',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기자페이지 구독을 눌러주세요. [편집자]


"삼성전자 팔고 CJ대한통운으로 넘어왔는데. 절대 떨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는 CJ대한통운이 '인생주식'입니다. 2013년부터 3년간 투자해 이익을 실현한 뒤 2022년 다시 매입을 시작한 질긴 인연 때문입니다. 최근에 만난 그는 "CJ대한통운 주식을 처음 매입했을 때 온라인쇼핑이 구조적 성장기에 들어선다는 얘기가 많아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다"며 "매일 현관문 앞에 쌓여 있는 아내의 택배와 나들이만 가면 수도권 외곽에 건설 중인 물류창고들을 보고 '이 주식은 절대 떨어질 일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11만3000원에 이번주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물동량 증가로 주가가 20만원을 넘봤던 때와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 난 가격이지만, 지난해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회복한 주가입니다. 증권가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들의 물량을 처리하는 CJ대한통운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씨는 "과거 CJ대한통운 주식을 처음 매입한 뒤 아내와 경기도 인근으로 나들이를 나가면 큰 도로 주변에 건설 중이던 건물이 대부분 물류창고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 졸이지 않고 장기간(3년) 기다릴 수 있었다"며 "CJ대한통운 한 종목에만 투자했기 때문에 처음 매입했을 때는 90%가 넘는 수익률로 '성투'(투자에 성공하는 것)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씨가 CJ대한통운 재매입에 나선 건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 투자 기회를 놓쳐서입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초반에는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었기 때문에 '비대면 수혜주' 같은 종목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며 "CJ대한통운이 팬데믹 기간 중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코로나 수혜를 동시에 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보고 2022년 뒤늦게 삼성전자를 팔고 다시 CJ대한통운으로 넘어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CJ대한통운을 당분간 팔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최소 5년 이상을 보유하는 장기투자 모드로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물류회사는 산업적 성장 측면에서 보면 기업간거래(B2B)나 소비자거래(B2C) 모두에서 구조적 위축이 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물류시장이 경쟁 심화로 치닫고 있을 때 특수물류나 알리, 아마존 같은 해외물류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 장기간 묻어둘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국내에서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대감을 많이 가졌는데 워낙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며 "2022년 재투자한 이후 현재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라고 토로했습니다.

2011년 CJ가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인수해온 대한통운은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로 평가받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CJ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잘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사의 가장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인수전이 벌어질 당시 삼성과 포스코가 뛰어들었을 정도로 당시 대한통운은 구조적 성장기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습니다.

결국 CJ 품에 안긴 대한통운은 인수 후 10년간 매출이 3배, 영업이익이 6배나 증가한 회사로 컸습니다. 매분기 4억개의 박스를 운송해 연간 약 17억개의 택배 물량을 처리하는 기업으로 컸습니다. 지난해에는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의 국내 물량 80%를 처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거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해 1094억원을 거뒀습니다. 이 기간 매출액도 2조9214억원으로 4% 늘어 외형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장투'의 걸림돌로는 '이익률'과 이에 따른 '짠물배당'이 꼽힙니다. 워낙 국내 물류·택배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산업이 성장하고 대규모로 택배 물량을 처리해도 결국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택배 단가는 박스당 2156원이었습니다. 7000원 수준이었던 1990년과 비교하면 늘기는 커녕 되레 70% 떨어졌습니다. 택배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의 박스당 단가도 지난 1분기 현재 2341원에 불과합니다. 홈쇼핑에서 온라인쇼핑으로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한 만큼 물류 사업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너무 일찍부터 '가격싸움'으로 시장이 변해버린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물량이 급증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국내 물류업체 택배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년 넘게 평균 2~3%대에 그쳤습니다. 지난 1분기 국내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입니다. 홈쇼핑, 이커머스, 중고거래, 해외직구 등으로 '먹거리 시장'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빠른 배송' '도착 보장' 같은 서비스들로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짠물배당'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26년 만에 현금배당을 재개했습니다. 1997년 이후 처음이었던 겁니다. 배당성향(연간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4%에 불과해 주주들에 겨우 체면만 차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경쟁사인 한진의 배당성향이 44%를 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은 36%입니다.

CJ대한통운은 물류센터 확장, 차입금 상환 등 현금이 필요한 곳이 많아 당분간은 배당성향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내년 장성복합물류터미널 신축에 2027억원, 2026년 소형 택배상품 분류설비 구축에 456억원 투입이 예정돼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저PBR(낮은 주가순자산비율) 주라는 점, 여전히 발행주식수의 12.6%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낮은 배당성향에 실망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간의 투자에 따른 성과가 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CJ대한통운도 점차 주주환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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