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비비탄총이 유행했어요. 전쟁놀이하다가 눈에 총알이 박혔는데, 피눈물이 나면서 눈이 다 빨개졌어요. 당시 아무것도 안 보여 안대 쓰고 한 달 동안 누워서 화장실도 못 갔죠."
그룹 엠블랙 출신 가수 겸 배우 이준이 지난 10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 출연해 어린 시절 비비탄에 눈을 맞은 적이 있다며 이같이 고백했다. 실제 총 모양과 유사한 외형을 갖춘 비비탄총은 과거부터 남자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장난감 중 하나다. 다만 플라스틱 총알이 발사된다는 점에서 안전사고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당국은 구매 시 성인 인증이 필요한 '성인용' 비비탄총을 따고 구분해뒀지만, 14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는 청소년용 제품에 대해선 별다른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이 제품들은 국가기술표준원 고시인 '비비탄총 안전기준(청소년용)'에 따라 어린이가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 및 보관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그저 어린이용 장난감 총 정도로 인식되며 별다른 규제 없이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쇼핑에는 보조 장비를 포함해 비비탄총 제품이 총 4만8500여개가 등록돼있다. 대부분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청소년용 제품이다. 심지어 약 4000개의 리뷰가 달릴 정도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한 제품은 사용 연령을 14세 이상으로 못 박아 두고도 '남자아이 선물', '어린이날 선물'이란 문구를 홍보용으로 적어놓기도 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최모 씨는 "직업이 교사라 특히 더 아이들 안전사고에 예민한 편"이라며 "비비탄총은 예전부터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 앞으로 절대 사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이 비비탄총을 쉽게 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한 맘카페 커뮤니티에선 자신의 초등학생 아이가 길에서 비비탄총을 맞았다는 글이 올라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오다가 다른 남자아이 두 명이 비비탄총을 겨냥해 쏴 발을 다쳤다"며 "이후에 그 아이들은 (아파트) 1층에 있는 창문도 총으로 계속 쐈다"고 전했다. 이어 "사용 연령 제한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재연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눈이나 귀에 비비탄을 맞아 내원하는 어린 나이의 환자가 종종 있다"며 "청소년용 제품 기준으로도 몸 부위에 따라 충분히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13세 미만이 사용하는 '어린이용' 비비탄총 제품도 존재한다. 현행 규정상 비비탄 탄속이 0.14J(줄) 이하인 제품은 어린이용으로 구분된다. 이 정도 탄속은 1m 거리에서 A4 용지 3장을 관통할 정도의 위력이다. 그러나 시중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제품은 청소년과 성인용인 것이 현실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 십여년 전부터 특히 성인용 비비탄총 제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취미로 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며 "청소년용 제품도 과거보단 덜 팔리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예전부터 어린이용 제품은 수요가 없다 보니 업체들도 제품을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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