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매 거래는 많지 않은데 전세는 물건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출산 가구, 신혼부부 등은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해 전세를 옮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거 같아요.” (서울 마포구 A공인 대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가까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비수기인 5월에도 전세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시작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2+2년)의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셋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수요자들은 서울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 물건을 찾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확산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2022년 전고점의 평균 84% 선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계약에서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결과다. 서울 종로구는 전고점의 90%, 중구는 89%에 근접했다. 강서·마포구(87%), 관악·은평구(86%), 양천·광진·서대문·영등포구(85%) 등도 고점 대비 회복률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비해 노원·도봉구(81%), 강북구(83%) 등 ‘노도강’ 지역과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송파(82%), 서초구(81%) 등 강남 3구는 상대적으로 회복률이 낮았다.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2022년 9월 10억5000만원을 찍은 뒤 이후 최저 6억4000만원으로 고점 대비 60.9%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82% 선인 8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 주공7단지 전용 49.9㎡는 이달 초 최고 3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역대 최고가였던 3억5000만원의 86%까지 회복했다.
전세 물건은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한 달 전 4만8573건에서 지난 11일 기준 4만8573건으로 1.5% 감소했다. 작년 말(5만4946건)에 비하면 12.9%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감소 추세를 보여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로, 지난해(3만2759가구)보다 27.4% 줄어든다. 전국적으로도 입주 물량이 올해 35만3000여 가구에서 내년에는 24만 가구로 급감한다.
수요자들은 수도권에서 주목받아온 주요 단지 입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음달 서울 강동구에서 ‘강동해리티지자이’(1299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길동신동아1·2차를 재건축하는 물량이다. 인천 송도 랜드마크시티 6공구에 들어서는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1503가구)과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1205가구)도 상반기 입주를 확정했다. 인천 주안동 ‘더샵아르테’(1146가구)도 다음달 준공될 예정이다. 경기 안양 비산동 ‘평촌엘프라우드’(2739가구), 김포 고촌읍 ‘고촌센트럴자이’(1297가구), 화성 장지동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e편한세상’(1227가구)도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여서 입주장 때 전세 물건이 적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금리 인하, 입주 물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고,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시작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의 만기 시점이 오는 7월로 다가오면서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집주인이 7월 이후 한꺼번에 올릴 수 있어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다세대·빌라 수요자가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며 “7월이면 계약갱신청구권의 만기 시점이 도래해 전셋값이 다시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