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패밀리카' 사이즈다. 그만큼 자녀가 있을법한 삼사십대 남성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세그먼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형 SUV에 '고성능'을 더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해 본 더 뉴 메르세데스 AMG GLC 43 4MATIC(매틱) 얘기다.
올해 4월 국내 출시된 더 뉴 메르세데스 AMG GLC 43은 고성능 차량답게 서킷을 거침없이 달렸다. 좁은 골목, 오르막길, 코너링, 직선구간 등을 고루 달렸다. 좁은 골목을 진입할 때는 민첩하게 빠져나갔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으로 더 민첩한 회전 반경을 확보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소규모의 서킷을 달릴 수 있었다. AMG GLC 43의 파워 트레인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보니 금세 정지 상태에서 150㎞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초도 채 안 되는 4.8초다.
서킷의 코너링을 달릴 때도 몸의 쏠림이나 움직임이 최소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높은 SUV여서 빠르게 코너를 돌 때 차체가 바깥으로 튕겨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지만, 기우였다. 주행 중 가속 페달만 뗀 상황에서 제법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았지만 차체의 코어는 단단하게 중심을 붙잡고 있어 마치 땅에 붙어가는 듯한 주행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AMG GLC 43는 2.0ℓ(리터)의 4기통 엔진과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421ps 및 최대 토크51kgfm 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 차이면서도 일상 SUV다운 편안한 일상 주행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 차는 컴포트 모드, 스포츠, 스포츠+ 등 일상 주행부터 스포티한 주행까지 다양한 모드를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안전한 주행을 위해 차선 감지, 앞차 간격 유지 등의 운전 보조 기능이 탑재돼있다. 해당 차량의 가격은 9960만원이다.
이날 용인 스피드웨이에는 오프로드의 '백미'로 불리는 메르세데스-AMG G63 그랜드 에디션을 보조석에 타고 서킷 한 쪽에 마련된 장애물 주행을 경험해볼 기회가 마련됐다. 범피 코스에 진입했을 때는 바퀴 세 개만으로 차를 균형 있게 지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약 45도로 기울어진 내리막 경사로에서도 전혀 앞으로 밀리지 않고 브레이크로 차를 받쳐주는 모습도 놀라웠다.
벤츠는 AMG GLC 43, AMG G63 등을 포함해 AMG GLB와 '최강 S클래스'라고 불리는 AMG S63 E 퍼포먼스 등을 연이어 우리나라에 출시하면서 고성능 차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벤츠에 따르면 AMG 라인은 2017년 3206대가 판매됐고, 그 이후 2021년 7613대로 약 2배 이상의 판매량 성장을 거뒀다. 이후 2022년, 2023년 각각 7301대와 6690대 등 꾸준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AMG 판매량 5위 시장으로, 벤츠는 2021년 호주 시드니, 폴란드 그단스크,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다음인 6번째로 AMG 전용 시설을 서울에 열었다.
서킷으로 타본 AMG 라인은 모두 고성능 차였지만 여성 운전자도 충분히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안전한 고성능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벤츠 라인보다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일상 주행에 더해 좀 더 운전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소비자들이라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용인=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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