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적확한 상황 인식에 비해 재정혁신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고 방법은 임기응변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략회의에서 민생안정 역동경제와 함께 ‘재정혁신’을 중기재정운용 목표로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모호하다. 2년여 전 정부 출범 첫해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강조한 ‘근본적인 재정개혁 및 과감한 지출 효율화’는 어느새 뒤로 밀린 모습이다.
오랜 기간 입이 아프도록 제기돼온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개선조차 감감무소식이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고정해 거액을 지원하는 한국 같은 방식은 외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비효율 역시 인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잘못 설계된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려는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남는 교부금을 저출산·고등교육 예산으로 전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흘릴 뿐이다. 유·초·중등 교육의 특수성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비효율을 제거하는 합리적 개선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도 진척이 없다. 정권 출범 초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이고 엄격한 재정준칙 마련을 약속했지만 21대 국회가 다 끝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정치권 못지않게 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앞장서는 퇴행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총선 국면에서 대통령은 지역 개발·지원 공약을 남발했고 그 결과로 3월 한 달 정부 지출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재정혁신은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난해 국세 펑크액이 5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7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높은 공감을 재정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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