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공개한 현대차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훑어본 국내 한 증권사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갈수록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더니 지난 1분기에는 60%에 이르러서다. SUV의 판매 단가와 이익률이 세단보다 높은 만큼 두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7일 현대차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글로벌 판매 대수(상용차 포함)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57.2%로 작년 1분기(53.2%)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기아는 차종별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SUV 비중이 같은 기간 60%에서 65%로 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SUV 왕국’이 된 데는 해외에서 SUV를 찾는 이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SUV 판매 비중은 75.3%에 달했다. 사상 최대였던 1년 전(75.1%)보다 더 뛰었다. 1분기 현대차의 미국 판매 톱3 중 두 개가 SUV(1위 투싼 4만5509대, 3위 싼타페 2만6094대)였다.
같은 기간 기아의 미국 시장 공략 쌍두마차도 스포티지(4만6988대), 셀토스(2만6399대) 등 모두 SUV였다. 현대차의 유럽 SUV 판매 비중은 58.3%였고,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도 57.5%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 RV의 1분기 해외 시장 평균 판매가격은 6877만원으로 승용차(6419만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기아 RV의 평균 판매가격(5944만원)은 승용차(3307만원)보다 80%나 비쌌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RV 평균 판매가격은 1년 동안 400만~500만원 상승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좋은 제네시스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현대차에는 호재다. 1분기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5.6%로 1년 전(5.1%)보다 0.5%포인트 올라갔다. 지난해 각각 9.3%, 11.6%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목표를 8~9%와 11%로 잡았는데, 업계에선 초과 달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의 돌파구로 하이브리드카와 함께 SUV를 꼽았다. 주력 SUV에 차례차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최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하이브리드카와 SUV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물량 확대 등을 통해 1분기 추세가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UV 인기에 힘입어 1분기 현대차의 한국·미국·인도·튀르키예·체코·브라질·인도네시아 공장과 기아의 한국·미국·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률은 100%에 달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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