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보다 2배 빠르다…'괴물칩' NPU 베팅한 리벨리온

입력 2024-05-17 18:36   수정 2024-05-18 00:56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반도체의 가치가 뛰고 있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공급량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최근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GPU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앞선 NPU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는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꼽힌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사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인텔과 스페이스X를 거쳐 모건스탠리에서 상무급으로 퀀트(계량분석) 트레이딩을 담당했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2020년 리벨리온을 창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창윤 1차관 주재로 지난 16일 경기 성남 리벨리온 본사에서 ‘이공계 활성화 TF 4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사의 주력인 NPU가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떠올라서다. NPU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반도체다. 뇌에서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통신망 없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딥러닝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엔비디아 GPU는 고용량 데이터 병렬 연산에 강점을 보여 챗GPT 등 거대 AI를 구동할 때 필수다. 하지만 GPU 기반 AI 칩은 가격이 비싸고, 구동 시 소음과 전력 소모가 심하다. NPU는 범용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딥러닝 연산에 특화했다. GPU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하고 전력 효율도 높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가 분식(GPU) 맛집이라면 리벨리온은 돈가스(NPU) 맛집”이라고 비유했다.

리벨리온은 2021년 아이온(ION) 출시로 NPU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2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선보이며 기술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아톰은 AI 반도체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인 ‘머신러닝 퍼포먼스(MLPerf) 3.0’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반도체 대비 1.4~2배 빨랐다. 아톰을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 모델과 언어 모델을 시연한 결과 전력 소모량은 GPU 대비 5분의 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NPU가 GPU를 대체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영역이 세분화하면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맞춤형 AI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비용 대비 편익(B/C) 측면에서 물음표가 던져진 점도 NPU 시대를 예고하는 요인이다.

박 대표는 NPU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의 인재들은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모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해외로 진출한 이공계 인재를 국내로 유입하는 ‘리로케이션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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