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은 2030세대 자산가를 위한 전용 VIP 프로그램을 일제히 선보였다. 급증하는 ‘영리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돈을 좇는’ 시중은행이 영리치 공략에 나선 것은 자산 관리에 눈뜬 젊은 부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자금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갖춘 영리치가 자산관리(WM)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민 신한 하나 농협 등 국내 4개 은행 고객을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은 2019년 5514명에서 올 4월 말 6659명으로 20.8% 불어났다.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관계자는 “20대는 가상자산 투자로, 30대는 창업 이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산을 쌓은 ‘자수성가형 영리치’가 많다”며 “시드 머니가 많지 않더라도 자본시장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과 과감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적극적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자산가의 평균 금융 자산은 6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고객의 평균 자산은 30억원에 달했다. 특히 A은행은 20대 평균 자산(31억7974만원)이 30대(30억9622만원)를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축적한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 자산인 부동산을 비롯해 절세 채권, 사모펀드, 지분 투자 등으로 자산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영리치들은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입지 좋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다. 이상희 신한은행 신한PIB강남센터 PB팀장은 “과거처럼 한 가지 자산에 몰빵하기보다 투자와 자산 방어에 적절히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매물로 나온 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지분을 영리치들이 나눠 매입하는 등 기관투자가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신한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가입 대상은 1984년 이후 출생자다. 신한은행은 향후 기업을 이끌 미래 경영인과 젊은 우수 고객에게 경영 전략, 승계, 세무, 리더십 등 전문가 초청 강연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재원/정의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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