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주 펀드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실적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투자 종목을 산업이나 테마로 구분하는 섹터 펀드 가운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기준 국내 금융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59%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6개 섹터 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금융주 펀드는 올해 시장을 주도한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인 14.07%를 앞섰다. 금 펀드(12.81%), 배당주 펀드(7.92%), 삼성그룹주 펀드(4.84%)보다 성과가 뛰어났다.
금융주 펀드 수익률 상위권에는 ETF가 있었다. ETF는 특정 지수의 상승률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다. 국내 금융주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KBSTAR 200 금융'은 올해 28.58% 올랐다. 이 상품은 코스피 200지수 내에 금융 섹터에 투자한다. KB금융 비중이 19.38%로 가장 높고, 신한지주(14.91%), 하나금융지주(11.71%), 삼성화재(8.22%) 등을 담고 있다. 또 다른 금융주 ETF인 'TIGER 200 금융'과 'TIGER 은행'도 이 기간 각각 28.35%, 27.44% 상승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금융주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금융주는 주주환원 여력이 크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금융사가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금리 인하 시점이 재차 미뤄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주에 중장기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금융주도 시장지수 대비 큰 폭의 초과 상승 중이라는 점에서 단기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높은 수익률에도 자금은 유출되고 있다. 단기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후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확대된 결과다. 연초 이후 국내 금융주 펀드에서는 65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기간을 좁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3개월 새에는 193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주 펀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금융주 펀드의 모멘텀(상승 동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주 펀드 가운데서도 증권주를 유망하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는 기업금융(IB) 영업이 재개되면서 관련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부동산 관련 사업도 재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선호주로는 한국금융지주를 꼽았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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