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株 1분기 영업이익, 예상보다 46% 높았다

입력 2024-05-21 07:30  


코스피 화학 업종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50% 가까이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증권 등도 컨센서스를 30% 정도 웃돈 실적을 보였다. 반면 유틸리티 업종의 실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30% 정도 나쁘게 나왔다. 증시에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 이들 업종 종목의 주가가 차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학株 영업이익, 예상 대비 선방
20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화학 업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합계 5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3944억원) 대비 45.5% 좋은 실적이다. 영업이익의 컨센서스 대비 상회율이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에서 가장 높다.

화학 업종 내에서 컨센서스가 있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을 보면, 코스모신소재가 이 기간 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컨센서스 초과율 65.3%를 기록했다. 이어 DL이 17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컨센서스 상회율 64.9%였고, SK이노베이션(+57.4%), 효성티앤씨(+51.2%) 등도 올 1분기에 컨센서스 대비 월등히 좋은 영업이익을 선보였다.

화학 업종의 실적이 좋았던 건 '미국 수출 증가'가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화학 업종은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나 최근 중국 경기 부진 등에 따라 이 물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화학 종목의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그러나 미국에서 제조업 내재화 바람이 분 덕택에 미국 수출이 늘어 예상 밖의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종의 올해 1~4월 미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1% 증가했다"며 "이 업종의 미국 수출은 통상 중국의 20% 내외였는데 2022년 42%로 커졌고, 올해에는 63%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유틸리티는 예상보다 33% 나빠
반도체(영업이익 +33.1%), 증권(순이익 +28.5%), 호텔·레저서비스(영업이익 +21.7%) 등의 업종도 올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대비 20% 이상 좋았다. 반도체는 최근 경기가 상승 사이클을 타며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고, 증권업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고 투자은행(IB) 부문의 회복세 등으로 호실적을 냈다.

반면 유틸리티, 미디어·교육, 헬스케어 등의 업종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부진했다. 유틸리티 업종의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565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32.7% 밑돌았다. 미디어·교육은 컨센서스 대비 15.0% 낮은 939억원, 헬스케어는 9.9% 낮은 39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제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 대장주 한국전력은 자본 감소와 부채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의 미수금 누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제약 업종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주력 제품들의 특허만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약가 인하 위험(리스크) 등으로 중장기 성장률이 훼손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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